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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마법의 열쇠
[기자수첩] 마법의 열쇠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2.04.20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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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이거 하나만 있으면 모든 신호제어기를 열 수 있습니다.”

한 출입처 관계자가 작은 열쇠 하나를 보이며 한 얘기는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아니면 마술 비슷한 것이려나.

교차로와 같은 신호등이 있는 구역에 으레 볼 수 있는 교통신호제어기가 그렇게 쉽게 열린다는 것이다. 누구나 맘만 먹으면 신호제어기를 조작해 입맛대로 교통신호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범죄 오락영화 등에서 자주 봤던 장면인 듯하다. 허나 그런 영화에서도 교통신호를 맘대로 조작하는 것은 상당한 기술력을 갖춘 해커 정도는 돼야 가능하리라고 봤다. 알고 보니 그냥 뚜껑만 열어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고급인력을 쓸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니 시나리오 작가들은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좀더 상상력을 발휘해보건대,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편화된 시대에도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율주행은 차량과 도로가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장애물을 파악하고, 탑승자가 원하는 길을 찾아가는 시스템이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설비들이 도로 주변에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도로가 애초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탑승자와는 전혀 다른 의도의 목적지로 유도한다면? 거의 납치나 다름없겠다.

신호체계를 무너트려 사고를 유발하는 간접적인 방식이 아닌, 차량을 직접 조종해 서로 충돌하게 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처럼 누구나 시스템을 열고 조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사실, 이는 교통신호제어기 뿐만 아니라 모든 실외에 설치되는 시스템 설비가 처한 문제라는 전언이다.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놀라우리 만치 소홀한 관리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예로, 한 지자체 내에서 운영하는 CCTV는 함체가 노후화돼 열쇠 잠금장치가 망가지거나 일반 핀셋으로도 열릴 만큼 허술한 상태임이 드러났다.

누군가 범죄를 저지르고 그 현장을 숨기기 위해 주변 CCTV를 파손하거나 조작하는 일도 가능한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보통신기술의 고도화도 좋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해당 인프라들의 사후관리에도 신경 써야 할 때다.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가 돌아가기에, 내가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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