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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현실로 다가온 인구지진
[창가에서] 현실로 다가온 인구지진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2.05.01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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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논설위원.

인구지진(Age-quake). 영국의 인구학자 폴 월리스(Paul Wallace)가 1999년에 펴낸 같은 이름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사회의 충격을 지진(Earthquake)에 빗댄 것으로, 월리스는 그 충격이 자연지진의 리히터 규모 9.0 수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리히터 규모 9.0은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파에 해당하는 엄청한 강도다. 

영국 학자의 20여 년 전 예측은 더 이상 먼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인구절벽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경제·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0~2070년)’ 결과는 인구지진이 불러올 충격파를 여실히 보여준다.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의 감소 폭이 기존 전망보다 확대되고 학령인구와 병역자원도 급격하게 줄어드는 등 축소사회가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심각하게 짚어야 할 문제는 생산연령인구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경제활동이 가능한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향후 5년간 177만명 감소하고 50년 후에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2070년경에는 산업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지금보다 절반가량 사라진다는 의미다.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는 돈을 벌어 생산에 이바지하는 사람보다 생산자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는 경제의 기초체력이자 원동력인 잠재성장률을 위협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잠재성장률은 자본과 노동력 등 모든 생산요소를 사용해 물가상승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뜻한다.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는 노동인력의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고령의 직원을 관리하는 데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나이 많은 직원의 경우 본인의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령의 직원이 장기근속을 하다 보면 젊은 노동력을 산업현장에 유입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 청년층의 취업난은 가중된다. 고령직원에 대한 안전관리도 큰 부담이다. 

정보통신공사업의 경우에도 현장인력의 고령화 추세가 두드러진다.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통신공사 현장에 투입되는 기술자 중 60~70%가 60대 이상이고, 나머지 인력 또한 대부분 5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인구 자연감소와 초고령사회 임박, 지역소멸 현상이라는 3대 인구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단의 대응이 없을 경우 2030~2040년부터 우리나라에 인구지진이 발생할 것이란 그의 말에 강한 위기의식이 느껴진다.

인구지진을 막는 것은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일선 기업도 직원의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고령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적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청년층 고용을 확대하고 고령 인력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연공서열이 아닌 성과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인구지진이 우리 경제·사회의 ‘회색 코뿔소’가 되도록 방관해서는 안된다.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을 일컫는다. 인구지진의 충격은 눈앞의 생생한 현실로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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