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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처벌 강화에 ‘난색’…“졸속 입법에 졸속 개정”
중대재해법 처벌 강화에 ‘난색’…“졸속 입법에 졸속 개정”
  • 서유덕 기자
  • 승인 2022.05.16 2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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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성과와 과제
국회 중처법 정책토론회
모호한 규정, 과도한 형벌 지적
“처벌보다 예방·지원에 집중해야”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임무송 교수(좌장)를 비롯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중처법의 성과와 과제, 법 집행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임무송 교수(좌장)를 비롯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중처법의 성과와 과제, 법 집행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기업의 안전 경영과 산업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사고 예방이 이뤄지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의 불확실성과 고강도 형벌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처벌을 강화하는 중처법 개정 추진에 대해 난감함을 감추지 않았다.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박대수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주최한 이번 정책토론회는 중처법 시행 100일을 맞아 중대재해 예방 효과와 기업의 안전·보건 의무 이행 실태를 점검하고, 법 해석과 집행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본 토론에 앞서 권혁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성룡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법적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권혁 교수는 “안전 경영을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이동시켰다는 점은 중처법의 긍정적인 면모”라면서도 “법령이 노동 현장에 수용되기에는 지나치게 난해하고 복잡해 상당수 기업이 로펌 등 법률서비스 시장에 의존하게 된 점은 아쉽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보다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론을 제시해줌으로써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사업체가 스스로 자체 안전 경영 역량을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인력과 예산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중처법 대응을 아예 포기하는 상황”이라면서 “원청 등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중처법은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처벌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강도 높은 형사처벌이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해 기업들이 실제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법적 리스크를 축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과징금 등 실질적인 경제벌의 부과를 통해 제재의 즉시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등 안전 경영을 소홀히 했을 때 기업 경영에 상당한 재정 손실이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룡 교수는 형사법적 관점에서 중처법 개정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중처법의 형벌을 강화하는 개정안이 법 시행 전부터 이미 제출되기 시작했다”면서 “법률이 시행되기도 전에 고친다는 계획은 또 다른 보복 입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행 법률이 현장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충분히 경험해볼 기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형벌의 하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중처법 개정안에 대해 “형벌의 하한을 제한해 단기의 징역형이 불가능해지면 판사는 죄질이 가볍다고 판단되는 범죄에 대해서는 벌금형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개정 법률안을 제안한 사람들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입밥자의 판단이 옳았는지, 중처법 도입 취지가 타당한지 현시점에서 누구도 완벽하게 예상할 수는 없다”면서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

주제발표에 이어 본 토론이 진행됐다. 임무송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대우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패널로 김광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업안전보건본부장과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 김용문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변호사, 하행봉 더원세이프티 대표가 참석했다.

김광일 본부장은 섣부른 중처법 개정 시도와 성과 진단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중처법은) 아직 시행된 지 100일밖에 지나지 않은 법”이라며 “지금은 개정을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 현장에 법과 제도가 안착할 수 있게 지원하고 기다려줘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또 김 본부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은 중처법 대응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정부에서는 50인 이상 사업장이 호소하는 모호함을 서둘러 개정하려고 하기보다는, 2년 뒤 적용될 50인 미만 사업장을 지원할 방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우택 본부장은 법률과 행정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법률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기업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과도한 처벌 수준을 완화해야 한다”면서도 “중소기업을 위한 국가 차원의 안전·보건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처법 규정이 포괄적이라는 점에 대해 “경영자에 대한 하한형의 징역형을 삭제하고, 원청의 책임 범위, 직업성 질병의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문 변호사는 “중처법 대응에 관한 자문,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체감하는 것은, 기업의 핵심 수요는 ‘법적 면책’에 집중돼있다는 것”이라며 “법률전문가들의 제안 내용도 법적 면책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이어 “강력한 형사처벌의 부수적 기대효과로서 중대 재해 예방을 유도하는 대신, 사고 예방을 위한 구체적 의무 조치와 의무 불이행 자체에 대한 제재가 함께 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행봉 대표는 중처법을 바라보는 산업 현장의 시선을 전했다. 그는 “새 정부가 충분한 검토와 문제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법의 개정을 논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충분히 파악하고 재해를 줄이자는 대의 명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 대표는 또 “안전은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면서 “경영진이 중처법의 대상만이 아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자들의 의견에 대해 권 교수는 “산업안전을 위해 제정된 중처법이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CEO들을 ‘안전전문가’가 아닌 ‘법률전문가’로 만들어가고 있어 유감스럽다”며 “중처법이 좀 더 구체적이고 친절하며 완결된 법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안전보건법과의 관계를 잘 정립하고, 처벌에만 집중하는 대신 예방을 가능케 할 수 있는 법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처법 100일간의 성과를 둘러싼 각계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중처법의 효과를 살펴보려면 ‘산업재해가 얼마나 줄었는가’보다는 ‘구조적 문제로 인한 산업재해가 얼마나 줄었는가’를 검토해야 하는 것”이라고 첨언했다.

김성룡 교수는 “중처법은 경영인에게 산업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의의가 있다”면서도 “입법 과정에서 독단적이었던 부분으로 인해 문제가 다수 나타나고 있으므로,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는 전문가의 참여와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날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박대수 의원은 “중처법이 산업 현장에 제대로 정착해 국민들의 바람대로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는 데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길 바란다”면서 “제도가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정책과 입법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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