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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칼럼]경기하강과 물가상승
[채수찬칼럼]경기하강과 물가상승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2.05.25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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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채수찬 •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채수찬 •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정보통신신문=박남수기자]

감염병사태로 인한 2020년의 세계 경제위축은 -3.3.%로서 글로벌금융위기로 인한 2009년의 -1.3% 경제위축보다 더 컸다. 경제위축 직후에는 기저효과에 의한 반등이 있기 마련이고 다음 경기하강은 10년쯤 뒤에 오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최근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다시 하강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스태그플레이션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예측들이 맞다면 70년대말 이후 40여년 만에 처음 겪는 현상이다. 70년대말의 스태그플레이션은 70년대의 과도한 재정확장 정책과 두차례 에너지파동의 결과였다. 지금 얘기되고 있는 경기하강과 물가상 승의 조합은 그 원인이 무엇인가.

2009년의 경제위축은 경제 안에서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겨 경제가 갑자기 전반적으로 위축된 것이어 서, 재정정책으로 수요를 유지하고 금융정책으로 은행을 지원하여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20년의 경제위축은 경제 밖에서 감염병 사태로 인한 거리두기로 일어났다. 수요는 재정정책에 의해 해결할 수 있었지만, 공급은 전반적으로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공급에 애로가 생긴데는 세계의 공급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의 일부지역들이 방역을 위한 봉쇄에 들어간 것도 큰 요인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와 식량 공급에 차질 이 생긴 것도 또다른 경제외적 충격이다.

봉쇄에 의존하는 중국의 극단적 방역정책에는 권력이 소수집단에 집중돼 있는 국가의 정책 경직성이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 역시 한사람에 집중돼 있는 권력에 의한 의사결정의 한계를 보여준다. 정치가 경제를 좌우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있기 마련이지만, 두 나라 지도자들의 의사결정에 목하 세계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두 나라가 모두 큰 나라들이어서 잘못된 정책에 따른 고통이 바로 느껴지 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방향수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돌아가 보자. 70년대말에도 에너지가격 상승이 분명 물가에 영향을 주었지만 오래 지속된 확장적 재정정책이 물가상승의 근본 요인이었다. '수요가 잡아당기는 인플레'였다. 이와 대비해보면, 감염병사태로 인한 경제위축을 막기 위해 각국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편 것은 사실이지만, 물 가상승의 근본 요인은 공급사슬의 병목현상이 해소되지 못한 것이다. '비용이 밀어대는 인플레'다.

비용이 밀어대는 인플레는 재정정책이나 금융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 최근 중앙은행들이 이자율을 급격히 올리고 있으나 공급에 애로가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정책이라 할 수 없다. 에너지와 원자재, 중간재 등 공급가격 상승이 문제인데, 수요를 감소시켜 공급가격을 낮추려 하면 상당한 경기위축이 불가피하다.

이 국면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은 제한적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경우, 원화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 는 게 목표일 것이다. 현재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안전자산으로의 이동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급격히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이에 대응하여 이자율을 어느정도 올리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나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주요국과의 통화스왑 복구도 원화가치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재정정책은 인플레 상황에서 확장적 정책을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소상공인 손실보전 등은 실행해야 될 '밀린 정책'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어느 정도의 인플레는 용인하고, 공급가격을 낮출 수 있는 정책들을 펴야 한다. 예를 들어, 국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에너지 관련 규제들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공급측면의 정책들은 장기적 영향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민주당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그동안 무리하게 추진하던 탈원전정책을 균형잡힌 에너지정 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감염병사태의 와중에 전쟁까지 일어나 세계경제가 공급측면에서 애로를 겪고 있다. 이는 수요부족 보다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정책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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