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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조달물품 사업에 외산 납품 '허점'… 조달청, 제도 개선 추진
우수조달물품 사업에 외산 납품 '허점'… 조달청, 제도 개선 추진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2.06.11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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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 제한 없이 수의계약 가능
다수 사업서 외산 납품에 악용

수의계약땐 사전규격 공개 및
계약정보 개방해 투명행정 필요

수입물품 공급 필요한 경우
일반경쟁 전환, 문호 개방해야

조달청, 물품지정 관리규정 개정
제도 개선 연구용역 실시 계획
[자료=조달청]
[자료=조달청]

[정보통신신문=박광하기자]

조달청 우수조달물품 제도는 조달물자의 품질향상을 목적으로 지난 1996년에 도입한 제도다. 중소기업 및 초기 중견기업이 생산한 제품 중 기술·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대상으로 엄정한 평가를 통해 우수조달물품을 지정한다. 지정된 우수조달물품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수의계약을 통해 도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국내에서 제조·생산된 우수한 제품의 판로지원을 목적으로 제정돼 시행 중인 우수조달물품 제도가 최근 여러 공공 사업에서 외산 장비의 납품 수단으로 오남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조달청에서는 제도의 형해화를 막기 위해 지속적인 개선·보완에 나서고 있다.

 

■깜깜이 수의계약에 외산 '무더기 납품'

조달청은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우수조달물품 지정관리 규정' 등에 따라 우수조달물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6조,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5조 등에 따르면,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고시된 제품은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0조 등을 근거로 구매금액에 제한 없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우수조달물품 제도를 통해 수의계약을 할 경우, 수요기관에서 납품 업체를 지정할 수 있는 제3자단가계약을 적용할 수 있다.

조달청은 지정된 우수조달물품에 대해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에서 우선 구매토록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수요기관에서 사업 설계 시부터 우수조달제품을 분리 발주토록 권유하고 있기도 하다. 전시회 개최, 카탈로그·팜플렛 발간, 인터넷 게재, 우수제품 소개 모바일 앱 제작·배포 등 홍보 지원도 해나가고 있다.

조달청에 따르면, 1996년 이 제도 시행 이후 2021년 12월말까지 5657개 제품이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됐으며, 지정된 제품들은 2021년 한해동안 4조397억원의 판로지원이 이뤄졌다.

우수조달물품 제도는 이처럼 우수 국산 제품의 판로를 지원하고 기업의 기술개발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제도로 제정, 시행되면서 다수의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다수의 공공 사업에서 우수조달물품 제도가 수입 장비의 판로개척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가 수요처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도입하기 위한 수의계약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방송장비 업계에서는 '소월아트홀 구내방송장치 구매설치' 사업이 우수조달물품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언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우수조달물품 제도를 근거로 수의계약이 이뤄져 세부규격 정보 등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수요기관과 사업 수행자 외에는 사업이 어떻게 추진됐는지 내역을 확인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소월아트홀 웹사이트에 게시된 '소월아트홀 무대 음향·영상 장비 내역(2022년 3월 기준)' 자료를 확인한 결과, 보유 장비 대다수가 수입산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내역서는 위 사업에서 납품 기한으로 정한 것보다 두달 이후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된 자료다. 만약, 지난 1월 납품을 마친 사업에서 국산 우수조달물품이 다수 도입됐다면 내역서에 그 같은 사실이 반영됐어야 했다.

업계에서는 서울 강서구의 '강서문예회관 공연장 관급자재 무대음향 설비 구매' 사업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해당 사업 또한 우수조달물품 제도를 근거로 수의계약이 이뤄졌다.

우수조달물품 제도는 국내 중소기업이나 초기 중견기업이 생산한 우수제품을 판로지원하기 위한 것인데, 어떻게 이 제도가 외산 장비 무더기 납품 수단으로 이용됐을까.

이는 구내방송장치, 무대음향 설비 등이 여러 종류의 장비들로 구성된 '시스템'이라는 특성에 기인한다. 우수조달물품 생산 기업이 시스템을 구성하는 모든 종류의 장비를 직접 만든다는 게 어렵기 때문에, 직접 생산하는 '주요 구성품' 외에 '옵션 제품'으로 불리는 타사 장비를 이용해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도록 조달청에서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조달청에서는 옵션 제품의 비율에 대해 어떠한 제한도 두고 있지 않다. 결국, 공공 사업에서 우수조달제품 생산 기업이 직접 만든 '주요 구성품'의 비율을 낮추고, 옵션 제품 비율은 올려서 시스템을 구성·납품하는 것까지도 가능하다.

업계에서 비판하고 있는 최근 우수조달물품 수의계약 사업들이 이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본지가 이들 수요기관을 통해 사업 경위 및 장비 납품 내역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도 담당자들로부터는 아무런 연락이 없는 상황이다.

이들 사업을 집행한 서울지방조달청 담당자도 "해당 사업들은 법·제도를 위반해 추진한 것이 아니다"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수조달제품 개선·보완 의견 대두

이처럼 우수조달물품 제도를 근거로 수의계약이 진행된 다수의 사업에서 지정된 우수조달물품 물품 외에 특정 수입물품이 다수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들 사업은 계약 금액 대비 우수조달물품의 비중이 적고, 그만큼 수입물품의 비중이 높아 우수 국산 제품 판로지원이라는 우수조달물품 제도 취지가 무색하게 되고 있다.

소월아트홀 사업 추진 상황을 제보한 업계 종사자들은 해당 사업 예산에서 국산 장비가 차지하는 금액 비중이 외산보다 낮아 보인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종사자는 "우수조달물품 제도를 통해 우수한 국산제품이 공공 시장에서 혜택을 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소월아트홀 등 여러 사업에서처럼 해당 제도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수입물품 무더기 납품에 악용되고 있다"며 제도적인 허점을 지적했다.

업계는 우수조달물품 제도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조달청이 제도 개선·보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선, 우수조달물품 제도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사업 추진 내역을 확인할 수조차 없는 '깜깜이' 문제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수조달물품 수의계약 시 사전규격공개를 실시하거나 계약정보를 개방해 조달구매에 따른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방송장비 기술자는 통화에서 "정부가 인정한 우수조달물품이 공공 사업에 납품됐다면 그 사실을 널리 알려 홍보하기 위해서라도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내역을 상세히 공개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한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계약 정보가 오히려 은폐되고 있어 어떤 우수조달물품이 납품됐는지 알기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수조달물품 제도가 외산 무더기 납품에 이용되는 사업들을 보면 사업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넉넉하게 짐작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결국 수의계약 방식으로 국산 제품의 공급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기교 행정'을 한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또한, 우수조달물품 수의계약 시 직접 생산 물품 비중을 철저히 관리하고, 수의계약 일부를 샘플링해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우수조달물품으로 등록된 제품에 대해서는 계약금액 또는 계약건수를 기준으로 실제 납품 시 작동여부, 납품 내역 등 조사를 실시해 품질을 보장하고, 제도의 오남용이 없도록 정기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밖에도, 우수조달물품 지정 시 구성품은 직접생산물품이 필수적으로 포함되도록 하고, 외부로부터 구성품 조달 시에는 국내 제조물품 위주로 납품을 허용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우수조달물품 수의계약 시 선택·추가 옵션 품목은 삭제하거나 국산 물품으로만 등록토록 하는 조치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수요처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다수의 수입물품 납품이 필요한 경우에는 사업을 일반경쟁입찰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것이 국산 우수제품의 판로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우수조달물품 제도의 취지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달청은 '제품규격서의 주요자재소요량에 기재된 부품 중 외국산 부품의 원가계산서 상 직접재료비 비율이 50%를 초과한 제품'에 대해서는 우수조달물품 심사·지정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우수조달물품지정 관리규정'을 지난해 개정했다고 밝혔다. 개정된 규정은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아울러, 조달청은 이와 관련한 세부지침을 제정해 업계의 이해를 돕는다는 방침이다.

조달청은 우수조달물품 제도가 외산 장비 납품의 수단으로 오남용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해나가고 있다며 우수조달물품 중 여러 제품으로 구성된 '시스템'에 대해서도 외산 장비가 무더기로 납품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 개선 연구용역 등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지속적인 제도 개선·보완을 통해 우수조달물품 제도가 형해화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조달청의 의지가 엿보인다.

한편, 현재도 경기도교육청 남부 신청사 건립 등 다수의 공공 사업에서 우수조달물품 수의계약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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