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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뮤지컬 ‘모래시계’, 원작에 힘에 빚진 ‘역작’
[리뷰]뮤지컬 ‘모래시계’, 원작에 힘에 빚진 ‘역작’
  • 최아름 기자
  • 승인 2022.06.25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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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정보통신신문=최아름기자]

1995년 최고 시청률 64.5%라는 기록을 남기며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인생 드라마'로 기억되고 있는 드라마 '모래시계'가 창작 뮤지컬로 찾아왔다. 워낙 많은 이야기를 담다 보니 세련되고 친절한 구성에는 실패했지만, 스토리와 연기, 넘버까지, 공을 들인 한약 한 사발을 들이킨 듯 알찬 느낌의 공연이다.

이야기는 1970년대 부터 1990년대 말까지 대한민국의 어두웠던 현대사를 꿰뚫는다. 80년 광주민주화항쟁과 삼청교육대, 전두환 정권의 언론 통제 및 1993년 슬롯머신 비리 사건 등이 태수, 우석, 혜린이라는 엇갈린 운명의 세 친구의 관계와 삶을 통해 펼쳐진다.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육사에 가고 싶었으나 좌익 신분의 아버지 때문에 좌절당하고 정치 깡패가 된 태수, 원칙대로 살고자 하나 광주 항쟁 당시 진압군으로 시민들에 총구를 겨눌 수 밖에 없었던 우석, 운동권으로서 정치권과 결탁해 카지노를 키워온 아버지를 저주했지만 카지노를 물려받을 수밖에 없었던 혜린의 운명은 그대로 모순과 아픔으로 점철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그 자체다.

다만 24부작의 대서사 드라마를 2시간 45분의 극 안에 압축하다 보니, 드라마 내용을 모르거나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지식이 없는 MZ 세대들은 각 장면이 상징하는 사건들을 따라가기 벅찰 듯 했다.

다만, 그렇다 해도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한 공연이다. 스토리와 넘버, 무대 구성 등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의 수준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머잖아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필적하는 수준의 공연이 탄생할 것임을 기대하게 했다.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태수 역의 민우혁은 커다란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감성적이고 섬세한 보이스로 관객을 압도한다. 우석 역의 송원근은 감미롭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우석의 진중하고 지적인 면모를 표현한다. 혜린 역의 박혜나는 폭발적 성량과 절절한 연기력으로 극의 설득력을 더한다.

주연 못지 않은 조연들의 열연도 시선을 끌었다. 태수의 친구지만 후에 태수 손에 죽음을 맞이하는 종도 역의 임정모는 무대를 꽉 채우는 절제된 광기를 보여주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혜린으로부터 정치권 불법자금 장부를 건네받아 세상에 폭로하는 하숙집 딸이자 기자인 영진 역의 김수연의 에너지와 가창력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태수 역의 민우혁 배우.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각색과 연출, 작사, 작곡까지 많은 고민이 들어갔음을 느낄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놀란 것은 탄탄한 원작이 공연 퀄리티에 미치는 힘이었다. 치밀하고 방대한 조사를 통해 발굴해낸 실제 사건들을 캐릭터를 통해 절묘하게 풀어낸 37년 전 송지나 작가의 실력과 노력에 새삼스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 보기를 망설이고 있다면, 자신 있게 추천할 만 하다. 그럼에도 기억에 남을 만큼 심금을 울리는 넘버가 없는 것과, 커튼콜 서비스 무대가 없는 점들은 아쉽다.

혜린 역의 박혜나 배우.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아 더 가슴 먹먹한 역사의 아픔과 희생을 돌이켜 보며, 생존 경쟁에 지쳐가고 있는 누군가의 시야와 삶의 지향점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공연은 8월 14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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