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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원님, 어디 가세요?
[기자수첩] 의원님, 어디 가세요?
  • 서유덕 기자
  • 승인 2022.07.14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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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앞자리 채워 앉아주세요.”

최근 참석했던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모 국회의원 보좌관이 방청석을 향해 말했다.

환영사와 기념촬영을 마친 국회의원들은 전문가 발표가 시작되자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이들을 위해 배석한 앞자리는 텅 비었다. 주최 측은 국회방송과 인터넷 생중계에 잡히는 화면을 신경 쓰는지 참석자들의 자리를 조정하기 바빴다.

지체 높으신 의원님들이 자리한 가운데 참석자들의 기대를 안고 시작한 행사는 환영사와 축사, 기념촬영이 끝나자 파장 분위기에 가까울 만큼 썰렁해졌다. 국회의원이 행사장을 나가버리니 그를 수행하는 보좌진과 의원 동정을 취재하는 기자단까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현장에는 ICT 진흥을 부르짖는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가 남아 정부 지원과 제도 개선을 간청하지만 ‘소리 없는 아우성’과 다름없어 보였다.

지난달 1일 지방선거가 끝난 뒤부터 국회에서는 각종 정책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연일 열리고 있다. 하루에만 여러 차례 열리는 이들 토론회에서는 여러 분야의 인사들이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의견을 개진한다.

그런데 이런 토론회장의 풍경은 앞서 언급한 사례와 거의 다르지 않다. 발표와 토론에 앞서 주요 내·외빈을 소개하고 국회의원 인사말씀이 이어진다. 참석한 모든 의원님의 말씀을 30분 정도 경청하고 기념촬영을 하면 장내를 정리한다. 바쁘신 의원님들은 이 타이밍에 자리를 뜨기 일쑤다.

현장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속 시원하게 얘기해보고자 국회에 걸음을 한 ICT 관계자들은 행사가 끝난 후 아쉬움을 토로한다. 한 업체 대표는 “‘ICT 발전을 위해 한 말씀 부탁한다’는 의원실의 요청에 나왔는데, 내 얘기를 들어줄 국회의원이 없으니 김이 샜다”면서 “당장 입법을 기대하거나 바쁘신 의원님들 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보좌진이라도 자리에 있었다면 (토론회에 참석한) 나름의 의의는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출입이 잦아 이 같은 상황에 익숙한 참석자는 기대감을 누르고 행사에 나온다. 한 ICT 인력 양성 방안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던 모 대학 교수는 “매번 토론회가 열리지만, 진정성을 가진 의원은 손에 꼽는다”면서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잦은 언론 노출로 ICT 인력 부족 문제를 이슈화해보기 위해서 토론회에 온다”고 말했다.

비록 ICT 분야는 아니지만, 이국종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 또한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자리를 비운 토론회에서 “이럴 거면 왜 국회에서 토론회를 하나. 차라리 복지부나 서울대병원에서 우리끼리 하는 게 더 낫다”고 발언한 바 있다.

입법의 주역이 빠진 국회 정책토론회는 용두사미가 되기 쉽다. 입법 과정에서 전문가가 참여한 논의가 부족해 부실한 법안이 의결된 사례는 이미 여럿 있다. 국회의원의 자리비움이 잦을수록 산·학·연이 국회에 거는 기대치와 열정도 그에 비례해 줄어든다.

국회의원의 진정성 있는 의정활동과 정책 입안은 산업과 사회 발전의 열쇠다. 앞으로 ‘정책토론회가 있을 때는 일정을 최소 2시간은 비워두고 최대한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일부 의원의 모범이 국회 전체로 확산했으면 한다. 어디로 가시지 말고서 말이다.

좀 더 현장의 절실함을 듣고, 진정성 있는 의정활동과 정책 입안을 이뤄주길 국회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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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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