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정의 문지기’ 예타는 고민한다.

2022-09-15     김연균 기자

[정보통신신문=김연균기자]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제도가 도입된 지 23년이 지났다.

본래 예타는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대규모 신규 공공투자사업에 대한 사전 타당성 검증·평가를 통해 재정 사업의 신규 투자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하기 위한 절차다.

그동안 예타는 많은 성과를 냈다. 올해 8월까지 477조원이 넘는 975개 사업에 대해 예타를 실시했고, 35.9%에 해당하는 350개 사업에 대해 타당성이 미흡하다는 판단을 해 재정 낭비를 막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도 도입 초기에 마련된 예타 선정 기준(총사업비 500억원)이 23년째 유지되면서 새로운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경제 및 재정규모만 비교해도 제도 도입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1999년 591조원이던 명목GDP는 지난해 2072조원으로 3.5배 증가했고, 본예산 기준 총지출은 같은 기간 145조원에서 558조원으로 3.8배 늘었다.

여기에 더해 예타 면제사업 및 대상사업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어제 오늘 일이던가.

그 이유가 정치적 이슈의 표몰이 수단이든 뭐든간에 예타 면제사업 사업건수 및 총사업비 측면에서 확대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2017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예타 면제사업은 149건에 120조원 규모였다. 2008~2012년 90건, 2013~2017년 5월 94건에 비하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지역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등’이 추상적이어서 예타 면제 여부가 누군가의 재량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것이다.

예타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예타 종합평가에서 경제성 분석이 큰 영향을 미쳐 수요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수도권의 경우 경제성 확보가 어려워 지방 SOC사업의 예타 통과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또한 경제성분석 시 반영하는 편익항목이 한정적이어서 SOC 건설로 인한 편익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새롭게 등장한 예타 개편안에 눈길이 끌리고 있다.

불명확한 예타 면제요건을 구체화하고,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면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빠른 결정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신속예타절차’를 도입해 기간을 단축하는 안도 포함됐다.

예타는 ‘재정의 문지기’라 불리운다. 엄격한 제도 운영을 통해 예산 누수를 막고, 대규모 신규 재정사업에 대한 효율적인 투자를 이끌어 낸다는 목적 아래 도입됐다.

아무쪼록 이번 대안이 예타가 안고 있던 갖가지 문제점을 해소하는 열쇠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