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광장] 정보통신공사업법, 사회 정의와 공정에 맞게 개정해야

이상일 정보통신기술사
㈜세광티이씨 전무
둔촌재건축 정보통신감리단장

2023-01-25     이민규 기자

정보통신공사업법은 출발부터 비정상적이었다. 제2조를 보면, 공사의 3대 구성 요소인 설계, 시공, 감리 등 분야에서 건축물 내 설계와 감리용역의 수행 주체로 정보통신전문가(정보통신용역업체)를 배제하고 비전문가인 건축사를 수행 주체로 규정한 주객이 전도된 법으로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전체 공사 중 건축물 내 정보통신공사 비율이 80% 정도인걸 고려하면,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이처럼 대부분 정보통신공사의 설계와 감리 수행주체를 건축사로 규정해놓은 비정상적인 정보통신공사업법이 과기정통부의 무관심과 정보통신 전문가들의 몰이해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온 것이다.

건축분야에서 정보통신과 자주 비교되는 전기와 소방분야는 전력기술관리법과 소방시설공사업법 등에서 건축물 내 전기공사와 소방공사의 설계와 감리용역을 건축사 업무로 규정되지 않았고 전기전문가(전기용역업체)와 소방전문가(소방용역업체)의 업무로 규정한 데서 정보통신공사업법이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그간 정보통신공사업법을 정상화하기 위한 개정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차례 시도되었으나 주역이 아닌 제3 자인 건축사의 기득권 지키기와 전기진영의 젓가락 얹기에 밀려 개정안 상정과 폐기를 반복하면서 오늘에 이르렀고, 작금의 상황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주객이 전도된 정보통신공사업법으로 인한 폐해는 건축사사무소로부터 정보통신용역업체로 저가 불법하도급, 수직적 협력관계 고착화로 시장질서의 왜곡을 가져와 정보통신 설계와 감리업무 품질 저하를 초래하였다.

건축분야에서 일하는 정보통신감리원들이 실감하는 현행 정보통신 설계도면의 열악한 품질은 잘못 제정된 정보통신공사업법으로 인한 저가 불법 하도급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부조리와 비효율을 실감한 과기정통부가 2022년 11월 혁신 과제로 비틀어진 정보통신공사업법을 2023년 12월까지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고, 이에 대해 정보통신전문가들은 큰 기대를 갖고서 환영하였다.

그런데 과기정통부의 개정 작업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물론 관련 정부부처 간 소관 기술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업역을 지키기 위한 세 대결 등으로 인해 이상적으로만 갈 수는 없겠지만 너무 비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 정보통신전문가들은 개정 추진 방향에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건축사의 권익을 대변하는 국토교통부는 건축사가 해오던 건축물내 정보통신 설계와 감리용역 수행 주체로서의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젓가락 하나 얹는 식으로 정보통신전문가들의 진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주장하고 있고, 전기전문가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산자부에서는 전기와 정보통신의 융합 추세를 이유로 들면서 융합의 주역이 정보통신임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전문가들에게 배타적으로 수행 주체의 지위를 주었서는 안된다는 억지 논리를 펴면서 전기전문가들도 건축물 내 정보통신 설계와 감리 용역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건축물 내의 정보통신설비는 4차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이 몰려와 그 당시와 비교해서 상전벽해를 넘어 천지개벽이라고 할 정도로 신천지가 도래하였는데도, 그런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허황된 주장을 하고 있다.

현재 대형 건축물 내 정보통신설비의 다양성과 기술의 발전속도는 정보통신전문가들도 따라 잡기 힘들 정도인데, 문외한들인 건축사와 전기기술자들에게 건축물 내 정보통신 설계와 감리용역을 맡기다는건 상식으로도 어불성설이다. 최근 홈네트워크의 월패드 내장 카메라 거실 영상 해킹사건과 KS표준 미준수 사례 등이 정보통신전문가들도 따라가기 힘든 빠른 변화와 발전 양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건축물 외부이든 내부이든 간에 고도화되고 전문화된 정보통신설비의 설계와 감리용역은 정보통신전문가(기술자와 감리원)가 수행토록 정보통신공사업법을 개정하는 것이 사회 정의(正義)이고, 상식(常識)이고, 공정(公正)이고, 정도(正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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