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복규제의 '유혹'

2021-08-15     최아름 기자
최아름 정보통신신문 기자.

[정보통신신문=최아름기자]

정부부처별로 저마다 다른 데이터 관련 보호활용 법안을 상정하고 있어 중복 규제 가능성이 큰 상황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10일 개최한 '인공지능 시대의 데이터 자산 보호와 활용에 관한 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거의 동일하거나 중복되는 데이터 범위에 대해 5개 부처가 5개 법안을 각각 낸 상황이라 혼란스럽고 의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부처 담당자들의 설명은 기존의 규제법령이 빅데이터나 산업데이터 등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 규제에 부적합하기 때문에, 새로운 규율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종석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시장혁신과장은 “제조 현장에서 수많은 외산 장비를 통해 생성되는 데이터가 구입 업체들에게 차단돼 있는데, 저작권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 등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며 "완전히 다른 스펙트럼을 가진 데이터를 한 가지 보호 활용 법리로 묶어 규율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남영택 특허청 과장 역시 특허청에서 주관하는 부정경쟁방지법은 다른 법으로 규율할 수 없는 빅데이터가 대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교수가 말한 것처럼, 개별법안 모두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보호하고 활용을 장려하는 측면에서는 모두 동일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대표적인 데이터 관련 법령인 저작권법 역시 빅데이터든 아니든, 정형이든 비정형이든, 의료 데이터든 산업 데이터든 규율의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보호와 규제의 양단의 성격을 갖는 법령은 국내 데이터 산업 발전의 핵심적인 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디지털 뉴딜의 성공 여부도 여기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처별로 저마다 다른 규제법령을 내놓으면 규제 대상인 기업들은 혼란스럽고 당연히 산업 발전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정부부처는 '제 숟가락 얹기'의 유혹을 내려놓고 부처 간 긴밀한 협력과 합의를 통해 모든 종류의 데이터를 포괄적이고 합리적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기존법령을 정비하거나, 일원화된 신규법령 제정에 힘을 쏟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