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행거리 20% 늘린 배터리 나온다

한국전기연구원
리튬이온전지 단점 보완
그래핀 이용, 상용화 기대

2021-08-31     김연균 기자
한국전기연구원이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를 개발했다. [사진=KERI]

[정보통신신문=김연균기자]

전기차 주행거리를 20% 이상 늘리는 배터리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기재료연구본부 나노융합연구센터 이건웅·정승열 박사팀, 차세대전지연구센터 김익준·양선혜 박사팀이 공동으로 개발한 복합 음극재 제조기술은 전기차 및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의 음극 소재인 ‘실리콘(Si)’의 단점을 보완했다.

리튬이온전지의 차세대 음극 소재로 주목받는 실리콘은 기존에 사용되던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나 높고 충·방전 속도도 빠르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충·방전 시 3배 수준으로 팽창하는 부피 문제와 전기 전도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실리콘 입자가 부서지거나 전극 박리 및 연속적인 전해액 분해 반응으로 인해 전지 성능을 급격히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있어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KERI가 주목한 소재는 ‘그래핀’이다.

그래핀은 2차원 탄소나노소재로서 전도성이 매우 우수하고, 전기 화학적으로도 안정적이어서 실리콘을 전해질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또한 그래핀 코팅층은 우수한 기계적 강도를 지닌 그물망 구조이기 때문에 실리콘의 부피 팽창에 따른 성능 감소를 억제 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기반으로 KERI는 실리콘과 그래핀의 복합화를 통해 이상적인 리튬이온전지용 고용량 음극재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특화된 산화·환원 공정을 기반으로 높은 결정성과 전기 전도성을 가지는 ‘산화·환원 그래핀’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효과적으로 분산해 다른 물질과의 결합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고농도 페이스트 형태의 ‘그래핀 수계 분산 기술’까지 개발했다.

또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존 리튬이차전지용 활물질 제조공정과 접목시켜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는 대량제조 공정기술도 확보했다. 이를 통해 기존 리튬이차전지 음극에 들어갔던 실리콘의 양을 기존 5% 이내 수준에서 20%까지 증가시켜 고용량·고품질의 음극을 안정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기반 시제품. [사진=KERI]

해당 성과는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전기·전자 소재·부품 전문기업인 HNS(대표 남동진)에 최근 11억원에 기술 이전됐다.

KERI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전을 통한 상용화로 월간 톤(t) 단위 이상의 실리콘·그래핀 복합체 분말을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밀도로 환산하면 스마트폰용 배터리 약 3만 6000대 분량 및 600MWh 용량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건웅 KERI 박사는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기술은 친환경 전기차,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방위산업, 우주·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고용량 리튬이온전지의 성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전기차에 적용할 경우 배터리의 성능을 높여 주행거리를 약 20%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