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난망, 세금낭비 되지 않으려면

2021-12-04     차종환 기자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공공안전통신망의 구축이 순조롭다. 재난안전통신망(PS-LTE), 철도망(LTE-R), 해상망(LTE-M)을 합쳐 공공안전통신망이라 일컫는다.

각종 자연재해, 대형사고에 대비해 각 구호 및 의료기관이 통합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일사불란한 인명구조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한 통신망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이동통신망에 준하는 별도의 통신망을 하나 더 만든 것과 다름없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견, 과도한 지출로 보이기도 한다. 자연재해, 대형사고 등이 언제나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 말이다. 그 언제 한번 터질지 모르는 경우의 수에 대비해 수조원을 들여 전용 통신망을 또 설치한다는 것을 누가 합리적이라 말할 수 있으랴.

그래서 중요한 것이 평상시 이 고품질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되겠다. 큰일이 터지기 전, 평소에 큰일이 터지지 않도록 예방책을 단단히 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공공안전통신망의 핵심 가치가 아닐까 싶다.

지난달 30일 열린 ‘2021 공공망 기술 컨퍼런스’는 공공망이 평상시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소개된 사례를 살펴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가 빈번한 요즘, 격리수칙을 위반한 환자에 대해 공공망에 연결된 스마트 밴드를 착용하게 해 수칙 준수를 강제할 수 있다.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 이송시 구급차의 각종 의료장비가 병원과 연결돼 도착 전 이미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가능하다.

평상시 업무망으로도 사용 가능한 LTE-R은 열차의 원격제어에서부터 각종 작업자 안전 솔루션까지 구현된다.

이밖에도 다양한 공공망 활용 서비스가 실현되는 것을 보며 우리의 사회안전 시스템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것들이 아직 민간의 아이디어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들이라는 점이다. 즉,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앱스토어에서 자유롭게 앱을 다운로드 받으며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같은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는 의미다.

지금의 활용 수준도 꽤나 놀라운 것이지만, 민간의 앱 생태계가 활성화됐을 때 그 시너지는 얼마나 클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달리 말하면, 현재 공공망 서비스가 안고 있는 숙제라고도 할 수 있다. 수조원의 세금이 들어간 인프라가 제값을 하려면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앱 생태계를 구축해 사회 구석구석 안전을 도모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