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프라가 먼저인가, 서비스가 먼저인가

2022-06-23     최아름 기자
최아름 정보통신신문 기자.

[정보통신신문=최아름기자]

통신사들의 구축 의무 불이행으로 길을 잃은 28㎓ 전국망 구축 정책이 고수될 경우 과거 와이브로의 실패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바람직한 5G 이동동신 28㎓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28㎓ 현재 전국망은 시기상조임이 확실하다”며 정부가 현재의 1만5000개 의무 구축 강제 등 기존 정책을 고수한다면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크나큰 실패를 안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28㎓ 전국망 구축은 개인고객(B2C) 서비스를 염두에 둔 정책이다. 기업(B2B)을 위한 서비스의 경우 특정 장소에만 구축하면 되기에 전국망이 필요 없다.

하지만 28㎓만이 제공할 수 있는 B2C 킬러서비스가 없는 현재, 통신사는 투자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 통신사는 2020년 말 28㎓ 주파수 이용권 관련 장부가액의 90% 이상을 ‘손실’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현재 메인 서비스인 스트리밍을 비롯한 모든 서비스들이 3.5㎓나 이음5G 주파수인 4.7㎓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내에 출시된 28㎓ B2C 단말도 전무해, 망을 깔아도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8㎓ 투자 유인이 다 사라지는 걸까.

마재욱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기획과장은 막대한 28기가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미국 버라이즌 관계자에게 “당장 수익이 없는데 왜 28㎓ 투자를 이어가냐”고 질문했다고 한다. 버라이즌 관계자는 “2005년 3G 네트워크 구성 시 수요나 혁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유튜브 같은 혁신 서비스가 나오기 시작하더라”고 답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유튜브라는 거대 공룡을 낳은 숨은 공신이, 준비된 네트워크는 아니었을까.

2024~2025년께 메타버스에서 매우 혁신적이고 다양한 서비스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이 적용될 것이기에, 방대한 데이터가 오고 갈 전망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국내 기업에 의해 28㎓ 킬러 서비스가 한발 먼저 개발됐어도, 당장 서비스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갖춰지지 않아 그제서야 부랴부랴 망 구축에 나선다면, 시장성 입증도 늦어질 수 밖에 없고, 당연히 세계 시장 선점은 ‘남의 나라 얘기’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28㎓는 테라헤르츠(㎔) 활용이 논의되는 6G 망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와이브로와는 가는 길이 다르다.

삼성전자는 이미 중저대역과 밀리미터파 듀얼 접속이 가능한 단말을 수출하고 있다. 단말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단 얘기다.

물론 당장 ‘손실’이 나는 것은 맞다. 일각의 우려대로 비즈모델이 확보되지 않은 채로 6G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준비된 망이 기업들의 의욕을 자극해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을 가능케 했다면, 6G 시대에라도 그 열매를 거둘 수 있지 않겠는가.

미국 버라이즌은 올해 3월 기준 87개 시에 3만3000국의 29㎓ 기지국을 설치했다. 일본은 NTT도코모의 공격적 투자로 같은 시점 2만국을 구축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4월 말 기준 28㎓ 구축 대수는 2007대다.

ICT강국이라는 닉네임에 걸맞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머지 않은 시기 유튜브 같은 거대 기업을 태동시킬 수 있는 우리나라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