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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장비와 같은 회사 제품 아니면 입찰 기회조차 없어
기존 장비와 같은 회사 제품 아니면 입찰 기회조차 없어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2.08.27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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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아트피아 음향 영상설비 구매설치 사업 논란

노후 스피커 계속 사용 이유로
같은 회사 파워앰프 납품 요구
공정성 위해 일괄교체 바람직

해외보다 3배 비싼 가격으로
공급사와 물품공급 협약 체결
다른 사업엔 반값 납품 이뤄져
대구시 수성구가 수성아트피아 방송장비 구매 사업에서 특정 외산 제품을 도입하기 위해 국내 공급사와 물품공급·기술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자료=조달청]
대구시 수성구가 수성아트피아 방송장비 구매 사업에서 특정 외산 제품을 도입하기 위해 국내 공급사와 물품공급·기술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자료=조달청]

[정보통신신문=박광하기자]

대구시 수성구가 수성아트피아 음향·영상설비 구매설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노후 장비 중 스피커는 계속 사용한다며, 구매하는 파워앰프 제품이 스피커와 동일 제조사일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사업에 배정된 예산이라면 스피커와 앰프를 모두 교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정 제품을 납품토록 강제하면서 공급가를 터무니없이 비싸게 설정했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3배 가량 비싼 가격으로 물품공급 협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설비 전체 교체 거부해 논란 자초

논란은 수성구가 노후장비 전체를 교체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일부 장비만 교체하고 다른 일부 장비는 계속 사용키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방송장비 업계에서는 장비 간 호환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경우라면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사업의 경우 잔존 장비인 스피커와 교체 대상 장비인 파워앰프는 음향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서로 동일 제조사인 제품들이 세트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 같은 사업 추진 방식은 필연적으로 특정 장비가 납품되도록 제한하는 효과를 부른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공연장 시설에 설치되는 고성능 스피커-파워앰프는 출력을 정교하게 제어하고 최적의 성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동일한 제조사 장비들로 구성되고 있다며, 따라서 음향장비를 신규 도입하거나 교체하는 사업에서는 이들 제품이 함께 납품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방송장비 전문가는 통화에서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허 기술 등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공공 사업에서는 다양한 제품과 사업자가 입찰을 통해 경쟁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원칙"이라며 "이런 이유에서 호환성을 이유로 동일 제조사의 스피커와 파워앰프를 도입할 경우에는 장비 전체를 설치하거나 교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성구의 해당 사업 추진 방식이 허용된다는 가정을 해보자"며 "동일 제조사일 것을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선행 사업에서 장비 일부, 후행 사업에서 나머지 일부 장비 교체를 반복한다면 타사 제품은 납품 기회를 영영 얻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업의 규격서가 사전공개되자, 입찰 참가를 희망하는 사업자들도 수성구의 사업 추진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사업자는 "특정 회사의 파워엠프만 먼저 구입한 다음, 조금 있다가 스피커는 파워엠프와 같은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며 같은 회사 제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16억원이란 예산이면 파워앰프를 함께 구매해도 충분한데 왜 스피커를 사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다른 사업자도 "수성아트피아 스피커는 꽤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공연장의 음향을 책임지는 여러 요소 중 스피커의 비중은 상당하다"며 "현재 사업비라면 메인스피커까지 모두 교체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해외 판매가보다 3배 비싼 공급협약

특정 장비를 납품토록 제한하는 것 외에도, 장비 공급가격에 대해서도 논란도 일고 있다.

수성구가 해당 사업에서 L사의 파워앰프를 납품토록 하면서 해당 장비 공급사와 '물품공급·기술지원 협약'을 체결했는데, 제품 가격이 시중가보다 터무니없이 높다고 업계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해당 협약서를 살펴보면, L사 파워앰프 제품인 A의 단가는 2500만원, B는 2100만원으로 돼 있다.

그런데, 해외 쇼핑몰에서는 해당 제품들의 가격이 절반 이하로 판매되고 있었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확인한 결과, A 제품은 영국에서 4900파운드(약 780만원), 미국에서 6000달러(약 800만원)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B 제품도 네덜란드에서 3495유로(약 470만원), 영국에서 3200파운드(약 51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수성구 담당자는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무력 충돌로 물가 상승이 발생해 가격이 급등했다고 협약 당사자인 공급사가 알려왔다"며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수입에 소요되는 관세, 유통 마진, 현장설치도 조건에 따른 설치비 등을 고려해도 수성구가 해외 판매가보다 3배 가까이 비싼 가격으로 공급협약을 체결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한, 최근 해당 장비가 도입된 다른 공공 사업에서는 수성구가 체결한 협약가보다 절반 정도 가격에 장비 납품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한 기술자는 "구글에서 조금만 검색해봐도 수성구가 체결한 협약가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며 "사업 담당자가 시민 세금을 절약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런 협약은 일어날 수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수성구의 이번 사업에 대해 기획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적법하지 않은 조건을 걸어놓고 심의를 받았다면 심의 결과의 실체적·절차적 정당성은 보장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는 취지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16억원에 달하는 예산이라면 파워앰프 뿐만이 아니라 영상음향시스템 전체를 교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수성구가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물품공급 협약을 체결하면서 예산을 낭비할 게 아니라 다양한 장비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스피커와 파워앰프를 모두 교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발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아울러, 수성구가 '변칙적인 알박기'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감사원 감사 제보 등 강도높은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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