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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ICT 강국의 민낯
[기자수첩] ICT 강국의 민낯
  • 서유덕 기자
  • 승인 2022.10.17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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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올해 8월 기준 사용자 수가 4300만명을 넘은 카카오톡은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만큼 국가기간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물이 네트워크화하는 초연결 사회로 이행하면 할수록, 절대다수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은 국민 경제활동의 근간으로 뿌리내리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17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카카오톡에 관해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상 국민 입장에서는 국가기간통신망과 다름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가기간산업에 준하는 카카오톡이 화재 한 번에 멈춰버린 것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뿐만 아니라 국민과 국가에도 예삿일이 아니다. 16일 오후 3시 30분에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전원 공급이 끊기자 입주사인 카카오의 거의 모든 서비스가 17시간 가까이 중단됐다. 일부 서비스는 하루를 넘겨도 복구되지 않았다. 손바닥 위 채팅뿐만 아니라, 그와 연결된 교통·금융·물류·유통은 물론 의료·치안 등 공공서비스까지 무너졌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우수한 IC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4차 산업혁명 선도를 부르짖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이번 사고는 ICT 강국이라는 표면에 가려진 우리나라 디지털 전환의 현실을 보여줬다. 특히, ‘당장 서비스에 문제 있겠느냐’는 안일한 태도에서 비롯한 소홀한 ICT 설비 투자 및 관리가 어떻게 초연결 사회에서 필수 기능 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는지가 낱낱이 드러났다.

설비 투자는 아까워하면서도 사업은 되는 대로 확장한 ICT 서비스 기업은 부실함을 키웠다. 더군다나 카카오는 그간 서버 등 시스템 문제로 잦은 서비스 장애를 일으켰는데도 여전히 대비가 부족한 모습이었다. “화재는 예상을 못 한 시나리오였다”는 카카오 부사장의 변은 ‘그러면 지금껏 무슨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인가’란 의문을 품게 했다.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시설에서 일어난 사고의 영향력은 비교적 클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지만, 이번 사고처럼 국지적인 재난임에도 전국적인 마비가 발생한 것은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데이터 백업, 전산처리 이원화, 장애 복구 시스템 마련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런 방재 체계는 이미 업계에 잘 알려진 방식으로,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이다. 더군다나 이번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여럿 있었던 만큼, 카카오의 안일함이 빚어낸 대규모 피해는 ‘박약한 의지’ 외 이유를 생각하기 어렵게 한다.

기업의 개선 의지가 박약하다면,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국가기간산업에 준하는 부가통신사업은 국가와 국민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그러므로 국회와 정부는 법제 정비를 통해 데이터센터를 국가중요시설이나 재난관리시설로 규정하고, 필요한 경우 지원 또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조치해야 한다.

아울러, ICT 인프라 사업에 대한 일부 회의적인 관점도 바뀔 필요가 있다. 지금 잘되는 통신 서비스라도 우회 경로와 대체 수단이 많을수록 안정성이 향상된다. 고사양·고품질 서비스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안정성을 개선하고 위기에 강한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꾸준한 설비 투자와 관리가 수반돼야 한다. 즉, ICT 서비스가 고도화할수록 ICT 설비 투자는 그에 비례해 증가해야 한다. 불필요한 ICT 투자는 없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ICT 의존도는 점차 심화하고 있다. 그에 비례해 사고의 빈도와 피해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사회의 인식과 구조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다음에 일어날 피해는 더 막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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