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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람을 혁신하라
[기자수첩] 사람을 혁신하라
  • 서유덕 기자
  • 승인 2022.11.30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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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전략과 원격 교육 확산에 힘입어 전국 학교 교실에 와이파이를 설치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정보통신기술(ICT) 활용도는 여전히 0점이다. 일선 교사의 의지가 박약하고, 제도적 여건 또한 불비하기 때문이다. 애써 구축한 ICT 인프라를 썩히는 상황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얼마 전 수도권 모처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 ICT 업계 관계자는 교육 분야 ICT 융합 연구·개발(R&D) 성과 및 사업 경과를 설명하던 중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교육 정보화 컨설팅과 통신시스템 구축 사업을 영위하는 이 관계자는 “교육계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인식이 뒤떨어져 있어 후속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의 차세대 통신과 인간을 대신할 만큼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술은 다양한 산업 분야와 융합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신기술의 등장으로 사회 곳곳에서 사물인터넷(IoT)과 업무 자동화의 활용이 확산하고 있다. 더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 더 생산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신기술에 기반한 삶의 혁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혁신은 고도의 기술을 받아들이고 응용해 유용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를 사람이 못 따라가는 데서 ‘4차 산업혁명은 허상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할수록 ‘문화 지체’가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문화 지체란, 법·제도·가치관 같은 비물질 문화가 과학·기술 등 물질 문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필딩 오그번이 언급한 이 이론은 최근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교육 현장에서의 사례뿐만 아니라, 교통·금융·유통·의료·제조 분야에서 기대되는 자율주행, 핀테크,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 공장 등 신산업 혁신은 구시대적인 법령·제도와 인식에 가로막혀있는 실정이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인류가 ICT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역량 또한 갖춰나가야 한다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점차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업계는 ICT 역량을 강화하고 인식을 개선해야 할 가장 시급한 집단 중 하나로 공무원 집단을 꼽는다. 관료는 규제 개선과 정책 수립의 열쇠를 손에 쥐고 있다. 기술적 이해는 차치하더라도, 이들이 ICT 필요성에 진정성 있는 공감대나마 형성해야 규제 혁신이 가능한 게 현실이다.

ICT 역량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정부는 올해 ‘공직자 데이터 역량강화 교육’을 지난해 대비 5배가량 확대 운영한다고 지난 6월 밝혔다. 그러나, 그 규모는 아직 연간 1000여명 수준에 그친다. 이대로라면 100만명이 훌쩍 넘는 전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데이터 역량 강화 교육을 완료하는 데 1000년이 걸린다.

신기술·신시장 발굴을 통한 ‘민간 주도 경제 성장’의 대업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민간에 기대기만 할 것이 아니다. 디지털 인식을 개선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람을 혁신하기 위해 정부와 관료 집단 스스로가 분골쇄신으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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