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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성평가·안전보건 인력, 중대재해 면책 관건
위험성평가·안전보건 인력, 중대재해 면책 관건
  • 서유덕 기자
  • 승인 2023.03.26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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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자기규율 예방채계 강조

협회, 위험성평가 자료 제공
정보통신공사업계 대응 노력

스마트안전 기술·장비 등
정부·원사업자 지원 필요

[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 불합리성 등 논란과는 별개로, 중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 의식 확립과 안전 기준 마련 등 준비가 필요하다는 데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사업장의 자율과 책임에 입각한 중대 산업재해 예방에 초점을 맞춘 산업안전보건 관리 방침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장이 중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절차와 규율을 스스로 마련·시행하고, 정부가 영세 사업장에 적극적으로 경제적·정책적 지원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법의 부작용과 불명확성 등을 지적하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대 산업재해로 인한 근로자 사망 사고는 법 시행 이전보다 되레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으며, 이 법을 적용해 수사 중인 사건들은 법률 해석에 시간이 소요돼 판결이 1년 이상 지연되는 사례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처벌 회피를 위한 궁리에 치중하느라 사고 예방이라는 법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제기되는바, 법 개정 외 중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장의 대응도 요구되는 게 사실이다.

최근 국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위한 논의에 착수하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재해 예방이라는 당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업장이 산업안전보건 확보를 위해 각종 조치를 마련하고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더군다나 정부는 기존 처벌 위주의 중대 산업재해 대응 방향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위험성평가’ 등 사업장의 자율과 책임에 입각한 산업안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사업장은 원·하도급업체 간 협력과 상생을 기반으로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개선대책을 수립·이행해 근로자의 사망·부상·질병을 예방하는 노력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체 위험성평가 시행 철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따라, 정부의 국가 산업재해 대응 정책은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두고 노사의 자발적 노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핵심은 위험성평가를 주요 수단으로 하는 자기규율 예방체계의 확립이다.

자기규율 예방체계는 정부가 제시하는 하위규범·지침을 토대로 노사가 함께 사업장 특성에 맞는 자체 규범을 마련해 평상시에는 위험성 평가를 핵심 수단으로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발굴·제거하고, 사고 발생 시에는 예방 노력의 적정성을 엄정히 따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안전관리 방식을 말한다.

위험성평가는 지난 2013년 도입됐으나, 현장에서는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위험성평가를 취지대로 활용하고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고용노동부는 지난 7일 위험성평가 개정 고시안을 행정예고하고 중소기업 맞춤형 위험성평가 방법 제시 및 전체 위험성평가 단계에 근로자 참여 등 제도 개편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따라, 사업장은 위험성평가를 비롯한 자체적인 중대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수행해야 한다. 안전관리자만이 아니라 관리감독자와 근로자대표가 합동으로 기존 사고사례를 토대로 사업장 전반에 대한 유해 요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통신선로 가설공사 등 정보통신공사를 비롯해 건설·서비스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사용하는 고소작업대를 예로 들면, 끼임 등 사고의 빈발 시 추가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진단과 함께 자동방호장치(인터락) 설치, 작업대 하강 후 이동 등 운용 원칙 확립 같은 후속 조치를 명확하게 마련·수행해야 한다.

정부는 위험성평가와 재발 방지대책 수립·시행 위반 등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핵심 사항 위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요건을 명확화하고, 상습·반복 및 다수의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다만, 위험성평가를 충실히 수행한 기업에 대해서는 중대재해 발생 시 자체 노력 사항을 수사자료에 적시함으로써 검찰·법원의 구형·양형 판단 시 고려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안전기술원은 정보통신공사업체가 자체 위험성평가 및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 시 활용할 수 있도록 위험성평가표 양식과 예시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작업 여건별 위험요인과 대책 등을 기재해 자체 위험성평가를 실시하고 그 근거를 마련하는 등 중대 산업재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안전보건 전담 조직·인력 구성

안전보건 예산을 확보하고, 그 예산으로 안전보건 조직을 구축해 안전 전담 인력을 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중대재해에 대한 수사기관의 판단을 분석해 발표한 ‘중대 산업재해 단계별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중대 산업재해 수사 시 수사기관은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의 실질적 권한 행사 여부를 중점 검토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CSO를 형식적으로 선임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 조직을 전사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또한 안전보건 조직 구성원들에게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고 이들의 업무수행을 평가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만일 구성원에게 예산 권한을 주지 않거나 업무평가를 하지 않는 경우 안전보건 확보 의무 미이행으로 판단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수사기관들은 종사자가 위험성을 고지한 경우 이를 검토해 개선하고 대표이사에게 보고했는지도 법 위반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여겼다. 그러므로 사업장에서는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를 마련하고 개선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특히 중대재해 발생 시 종사자 의견 청취 근거 자료를 제출해야 하므로, 관련 증빙서류를 작성·마련할 필요가 있다.

도급·용역·위탁 등의 경우 하도급업체의 안전보건 역량을 평가해 계약 여부에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중대재해로 원도급업체 대표이사가 기소된 사건 중 다수가 하도급업체의 안전보건 확보 조치 준수 여부 판단기준과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탓이었다.

 

원·하도급업체 간 상생 방안 강구

산업재해에 취약한 중소사업장의 안전관리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규제뿐만 아니라 현장 밀착형 산업안전·보건 관리 및 위험성평가 체계 구축, 안전 전문인력 양성, 이해관계자 간 소통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안전 기술·장비 같은 안전 관련 신기술의 연구·개발과 보급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50인 미만 사업장이 전국에 약 77만개소나 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정부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개별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한 사고 예방대책 마련을 홀로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중소사업장의 중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기술·재정적 지원을 정부 외 민간 원사업자도 일부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도급·용역·위탁 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규정, 원도급업체에도 하도급업체의 중대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면서 중대 산업재해의 원인을 하도급업체에만 전가하는 현상을 막고 원사업자의 공동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도 유해 위험작업을 도맡는 소규모 하도급업체의 안전시설·장비 확보 여력이 부족한 현실이다. 위험 상황에 대한 대비와 비상시 안전 대응 방침 등 교육훈련 또한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반면 원사업자는 상대적으로 안전보건 관리체계와 안전장치·설비 수준이 높고 스마트 안전보건 장비 등의 도입 부담도 덜하다.

실제 국내 모 대기업은 중소·중견기업의 안전 생태계 조성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100인 미만 소규모 제조업, 건설업 등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간 100여곳 지원을 목표로 각 최대 5000만원 상당의 스마트안전 기술·장비 도입 지원, 교육·정보자료 제공 등에 나서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원·하도급 상생에 기반한 중대 산업재해 감축 전략을 기업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하도급업체 등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 구축 및 기술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준원 숭실대학교 안전융합대학원 교수는 “안전시설이나 설비 개선 등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사업주와 근로자의 안전의식 개선을 통한 안전 수준 향상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을 전개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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