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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명의 헌신에 찬사를
[기자수첩] 무명의 헌신에 찬사를
  • 서유덕 기자
  • 승인 2023.05.26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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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정보통신공사업을 비롯한 산업 현장에는 업계 권익을 수호하고 공정한 경쟁 풍토를 조성함으로써 건전한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존재들이 있다. 기업과 협·단체의 CR·기획·대외협력·정책 등 부서에서 파견된 이들은 국회와 정부 관계부처 및 공공기관을 상대로 의사결정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수행한다. 이 같은 활동을 ‘대관업무’ 또는 ‘로비’라고 부른다.

통신·건설업 같은 규제산업에서 입법의 중요성은 남다르다. 법령은 업계의 흥망을 좌우할 만큼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보다 유리한 법령을 끌어내기 위해, 이들 업계에서는 국회에 관계자를 파견하고 국회의원은 물론 그의 보좌관과 비서관 등 관계자와 한발 먼저 접선하려고 노력한다. 아예 국회나 정부 부처로 직접 출퇴근하고 상주하다시피 하는 일도 있다.

이들은 법안 한 줄을 고치려고 수십에서 수백일간 총성 없는 전투를 치른다. 일례로 정보통신공사업을 포함한 시설공사업계는 최근 업계 내 화두인 분리발주를 수호하고 적정공사비를 확보하기 위해 표면에서는 물론 이면에서도 불철주야 노력했다. 그러한 노력 중 하나가 대관업무의 일환으로 국회·정부 유력인사와 접선하고 업계의 애로와 건의를 꾸준히 피력한 것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이해관계자 간 다툼이 심한 경우엔 이 물밑 전투의 양상이 더 격화한다. 대관업무 담당자는 경쟁사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보좌진과 상임위 전문위원 같은 핵심 인사들에게 명함을 내밀고 마음을 사고자 노력한다. 경쟁사가 들어간 의원실을 파악하고는 곧장 뒤이어 방문해 훼방을 놓는 일도 벌어진다. 모 협회 관계자는 “국회의원회관에 가면 다른 협·단체나 기업에서 파견된 이들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목격한다”며 “경쟁 업계의 활동에 자극받아서라도 행동거지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대관업무를 수행하며 상당한 인적 네트워크를 쌓은 담당자들은 출입처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는 달인의 경지에 오르기도 한다. 의원실별 보좌진들의 식음료 취향을 전부 알고 있다는 모 협회 관계자는 “단 한 번의 부탁을 위해 10번은 기본이요 100번이라도 먹고 마실 것을 들고 찾아가게 되니 상대가 선호하는 게 무엇인지 모를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선, 대선, 지방선거 같은 큰 선거를 앞둔 시기에는 배로 바쁜 시간을 보낸다. 한 관계자는 “의원입법이라도 하려면 국회의원 두셋쯤 만나는 것이 기본인데, 이들의 지역구가 동쪽·서쪽·남쪽으로 갈려있다면 환장할 노릇”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지금까지 이런 물밑 노력이 있었기에 업역 보호와 업계 발전을 이끄는 규제 혁신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들은 성과를 내기 전까지 그 수고를 인정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로비 활동을 법으로 보장하지는 않고 있다.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당당하게 활동하기에는 여건이 불비한 것이다.

이런 현실이기에, ‘무명의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여건은 비록 당장의 성과가 없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관리자는 현장을 불신하기 쉽다. 그러나 근시안적인 접근으로 일관하면 국회와 정부 정책의 수혜를 입고 앞서나가는 경쟁사를 지켜보기만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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