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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와 동화되는 놀이‘코스프레’
캐릭터와 동화되는 놀이‘코스프레’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3.09.22 12:09
  • 호수 1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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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본격화…국내 상륙후 인기몰이
왜색 논란 속 새로운 문화코드 자리매김


서울 여의도나 삼성동 코엑스, 부산 벡스코 등을 지나다 보면 이따금 만화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의상을 입은 청소년들이 떼지어 다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화려한 복장과 진한 화장 등 세인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이들의 정체는 코스프레 동호인들이다.

코스프레는 '복장'을 뜻하는 '코스튬(costume)'과 '놀이'를 뜻하는 '플레이(play)'의 일본식 합성어. 이렇듯 코스프레는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대중스타나 만화주인공과 똑같이 분장해 복장과 헤어스타일, 제스처까지 흉내내는 놀이로 만화와 게임 캐릭터를 친구로 삼아 성장한 캐릭터세대의 대표적 문화이다.

이 놀이는 원래 영국에서 죽은 영웅들을 추모하며 그들의 모습대로 분장하는 예식에서 유래했다. 이러한 예식이 미국에서는 슈퍼맨이나 배트맨과 같은 만화캐릭터들의 의상을 입는 '할로윈' 축제로 뿌리를 내렸고, 이것이 일본으로 넘어오면서 만화나 영화, 컴퓨터게임 주인공들의 흉내내기로 상업화·대중화됐다.

우리나라에서는 PC통신이 활성화된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돼 만화, 영화, 연예인, 컴퓨터게임 캐릭터 등을 따라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특히 사이버동호회가 활성화되면서 코스프레는 새로운 청소년 문화 중의 하나가 됐다.


누가 즐기는가

코스프레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 맹목적인 일본문화 추종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코스프레 동호인들은 활발한 토론을 통해 이러한 비판을 불식시키는데 힘썼다. 이와 함께 우리식의 코스프레를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따라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규모로 열렸던 코스프레 행사는 이제 만화나 게임 관련 모임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이벤트로 자리를 잡았다.

만화 자동차 등 자기만의 관심사에 빠져들어 일반사회와 유리된 일본 '오타쿠족(族)'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만화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 볼 수 있는 보편적인 놀이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코스프레는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에게는 여전히 일회성 눈요기로만 비춰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말초적인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코스프레를 즐기거나 캐릭터의 외모와 신체 노출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정기적인 코스프레 행사로는 2개월에 한번씩 열리는 '코믹월드'와 반년마다 한번씩 개최되는 'ACA' 등이 있다. 코스플레이어들은 행사에 맞춰 시장에서 직접 천을 끊어와 일일이 손바느질로 의상을 만든다. 분장을 위한 각종 소품을 직접 제작함은 물론이다.

이들은 "좋아하면 자주 보게 되고, 그러다가 동경하던 환상 속의 캐릭터를 모방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자신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을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또한 '문화상품을 소비하고 끝나는 소극적인 소비를 넘어 대상 텍스트를 재구성하고텍스트 내에 존재하는 캐릭터를 현실로 끌어내고 자기와 동질화하는 가장 적극적인 감상형태'라고 자신들의 놀이를 정당화한다.


왜색을 둘러싼 찬반양론

코스프레가 화제를 낳으며 문화적 상업적으로 정착하는 상황에서도 코스프레 문화를 비팜ㄴ하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비판의 가장 주된 이유는 왜색이 짙다는 것이다. 특히 덕수궁, 경복궁 등 고궁에서 일부 마니아들이 기모노 차림의 코스프레를 선보이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분노에 가까운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또 코스프레 '중독'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일부 청소년들이 코스프레를 즐기기 위해 가출을 하거나 코스프레 의상을 제작, 판매하는 것으로 생활비를 벌기 때문이다.

만화평론가인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개성 표현 욕구가 왕성한 청소년들이 코스프레를 통해 진정한 자아의 의미를 깨닫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왜색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경쟁력 있는 우리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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