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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본능 '이종격투기' 열풍
원초적 본능 '이종격투기' 열풍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3.08.16 10:54
  • 호수 1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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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고…꺽고…걸리면 끝장이다

파격적 폭력 허용…독특한 카타르시스 선사


하얀 링 바닥에 선혈이 낭자하다. 붉은 핏자국은 물걸레로 밀고 닦아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운집한 관중들은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여기저기서 아∼! 하는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속살이 보일까 말까 하는 아슬아슬한 차림으로 다음 회전을 알리는 라운드 걸의 섹시함에 경기장 분위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다.

권투나 프로레슬링 경기장을 먼저 떠올렸다면 당신은 유행에 다소 둔감한 사람이다.
치열한 접전의 현장은 다름 아닌 '이종(異種)격투기' 경기장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격한데다 사람잡는 잔인한 혈투로 보이기 쉬운 이종 격투기.

그러나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를 불문하고 이종 격투기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른 스포츠는 뒷전이고 오로지 이종격투기에만 환호하는 마니아 층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이종격투기만의 스릴과 긴장을 만끽한다. 케이블TV 등을 통해 해외 유명 대회를 빠짐없이 시청하고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함은 물론이다.


급소 제외 모든 곳 가격

이종격투기는 이종(異種)이라는 한자어가 나타내듯 원래 각기 다른 종목 선수들간의 격돌을 뜻한다. 격투 스포츠의 최강자를 가리기 위해 무술 및 각종 격투기의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종격투기의 경기규칙은 단순하기 그지없다. 선수들은 눈이나 목, 국부 등 치명적인 급소만 제외하고는 모든 곳을 가격하거나 꺾을 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종격투기 대회로는 미국의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와 일본의 K-1, 프라이드(Pride)FC 등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스피릿MC(Spirit Martial Challenge)라는 대회가 열려 각광을 받았다.

지난 93년 시작된 UFC는 초창기 잔혹한 대회로 명성을 떨쳤다. 글러브를 끼지 않은 상태에서 맨 주먹으로 싸우는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금지 기술도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규칙이 개정돼 선수들은 오픈 핑거 글러브(손가락이 나오는 장갑)를 착용해야만 경기에 임할 수 있고 급소공격 깨물기 눈 찌르기 등도 금지된다.

K-1은 타격계 격투기의 총 집합소이다. 대회의 이름인 K-1 자체가 가라데 쿵푸 킥복싱의 첫 글자 K를 의미한다. K-1은 넘어져서 뒤엉켜 싸우는 그라운드 기술과 잡기 기술 없이 서있는 상태에서 때리기만으로 승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가장 박진감 있는 경기로 알려져 있다.

프라이드 FC는 상금과 흥행 면에서 UFC와 K-1을 압도한다. 이 대회는 당초 일본의 프로레슬러 다카다 노부히코와 브라질 유술의 달인 힉슨 그레이시의 자존심 대결에서 시작된 단발성 이벤트였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큰 인기를 얻으면서 현재는 매년 4∼5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스피릿 MC는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과 스피릿코리아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내 최초의 이종격투기 대회다. 지난 3월과 5월 치러진 예선과 결승전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객 수만 평균 3,000여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케이블 TV·인터넷 점령

이종격투기 붐이 일고 있는데는 격투기 방송프로그램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작년 말 KBS스카이는 이종격투기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점에 주목, 높은 방영료를 감수하고 이종격투기를 들여오는 모험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방영직후부터 케이블 TV 시청점유율이 순식간에 30%대로 올랐으며 위성방송에서는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KBS스카이가 지난해 말부터 방송하기 시작한 'K-1'이라는 프로그램은 방송사측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도 이종격투기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인터넷의 격투기 동호회 사이트만 수백개에 이르고 △이종격투기(cafe.daum.net/ssaumjil) △쌈박질클럽(cafe.daum.net/ssambakzil) 등은 회원수가 4만명을 넘는다.

아울러 △하이킥(www.hikick.net) △셰르도그닷컴(www.sherdog.com) △파이트스페셜(www.fightspecial.com) △ 쌈박질닷컴(www.ssambakzil.com) 등 전문 사이트에서는 이종격투기에 관한 최신 동영상 자료와 사진, 뉴스와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내재된 폭력성이 인기의 원천

그렇다면 이렇듯 이종격투기가 선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이종격투기에 대한 인기의 원천은 인간에 내재된 본능적 폭력성과 공격성이라고 진단한다.

사람은 심리적으로 누구나 어느 정도의 폭력성과 공격성을 갖고 있는데 사회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이를 실제로 행사할 기회가 적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파격적인 폭력이 허용된 이종격투기 관람을 통해 자신에게 내재된 본능을 충족시키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제불황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강함'에 대한 선망이 이종격투기에 열광하는 이유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민규 기자 fatah@ko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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