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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업계 경영난 극복을 위한 제언
공사업계 경영난 극복을 위한 제언
  • 정보통신신문
  • 승인 2006.12.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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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본지 논설위원·공학박사 원테크놀로지(주) 사장

"사업 잘 되십니까? 요즈음 잘 되는 사업이 있습니까? 마지못해 하고는 있습니다마는 죽을 지경입니다."

요즘 회사 경영이 원활치 못해 여기저기서 '죽겠다'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 정보통신공사업계의 현실이다.

어느 기업이나 경영을 하다보면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 필자도 공사업계에 30여 년 넘게 종사하면서 여러 번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인생의 절반을 공사업계에 종사하면서 나름대로 보람을 느껴왔고 어려움이 있어도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잘 버텨왔다. 하지만 요즘은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대다수 경영자들이 공감하는 듯 공사업계의 앞날이 밝지 않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공사업계도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70년대 후반, 이동단위 사업으로 농촌 구석구석에 전주를 세우고 케이블을 가설할 때 신명나게 일했던 것이 생각난다.

전화기가 자석식에서 공전식으로, 그리고 얼마 안 돼 자동식으로 전환되면서 공사업계도 빠르게 성장했다. 유선통신망의 급속한 보급은 공사업계의 호황을 불러왔다.

전화 통화가 안되던 부락에 전화가 들어온다고 좋아하던 농촌의 순박한 농민들, 공사가 끝나면 국수를 삶아 내오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밥과 국, 막걸리까지 융숭하게 대접받았던 그 때를 회상해 보면 격세지감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70년대 그 좋았던 농촌 인심이 30년이 지난 요즘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해져 공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구체적인 예를 들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하는 농촌 인심의 이반은 농민들의 탓이 아니라 그 원인을 제공한 공사업계 종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80년대 들어 시, 군 단위 통합으로 공사업계의 호황은 절정을 이뤘고 이는 대형 정보통신공사업체들이 탄생하는 시발점이 됐다.

특히 80년대 후반부터 공사업계에 골프를 시작하는 경영자들이 늘어났고 승용차도 고급화되는 양상을 띠었다. 88년 올림픽이 열릴 즈음에는 거의 모든 회원들이 큰 행복감을 느끼며 시공을 하는 호황의 시대였다.

업체간에 경쟁도 지금처럼 치열하지 않았다. 업체들이 상부상조하며 과당경쟁을 피하고 후한 인심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공사물량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이윤도 적당하게 보장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공사업계의 황금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0년대 들어서도 공사업계의 호황은 지속됐다. 무려 5개의 이동통신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시설을 확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사업계의 인력과 자재가 부족해 시공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또한 제 2 기간사업자들도 공사물량을 쏟아내 공사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때의 호황이 지금의 난국을 초래하는 단초가 됐다고 생각된다. 그 시절 공사업계가 호황을 누리지 못하고 지금처럼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면 어느 누가 공사업체를 차렸겠는가?

게다가 공사등급과 업종이 통합되고 공사업 수행을 위한 자격조건과 기준이 완화되면서 시장진입이 용이해져 공사업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됐다.

공사업체가 5000여 개를 넘어선 현시점에서 업체들이 공사수주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수요는 넘쳐나는데 이에 맞게 공급이 따라주지 않다  보니 업체들이 필연적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공사물량은 줄어들고 품은 깎이다 보니 이윤은커녕 손해를 안 봤으면 다행이다 싶은 것이 공사업계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업체들이 공사실적과 기술자 보유 등  공사업 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덤핑을 동반한 과당경쟁도 마다 않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 종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죽을 지경"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예전처럼 이윤이 많이 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해가 거듭 될수록 인건비와 재료비 가격은 높아지는데 반해 공사물량은 줄어들고 있는데 있다. 공사를 해도  돈이 되는 공사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로 인해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공사를 하는 '덤핑'이 생겨나게 된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현상이 지속되다 보면 덤핑은 또 다른 덤핑을 낳고 공사 품도 깎이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말 그대로 덤핑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공사업계의 모든 종사자들이 똘똘 뭉쳐서 적정한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 덤핑공사는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지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특히 이러한 결의를 이끌어 내는데는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의 지도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작금의 현실을 직시하며 공사업계의 단결을 촉구해 본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과 같은 경영난이 지속되다가는 살아남는 업체가 몇 개나 될지 심히 우려된다.

덤핑 공사를 지양하고 업계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뒤따라야 한다. 일례로 표준품셈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공사에 대해서는 설계 및 발주처를 고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등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품셈을 적용하지 않는 공사 자체를 거부하는 등 올바른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한 공사업계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난세는 영웅을 낳는다고 했다. 협회에서는 최근 업계의 경영난을 직시하고 회원들의 어려움을 귀담아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지금의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 할 때라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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