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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공사업계 탈출구는 없나
정보통신공사업계 탈출구는 없나
  • 정보통신신문
  • 승인 2007.06.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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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본지 논설위원·공학박사·원테크놀로지(주) 사장

부실업체 강제 퇴출 실효성에 의문
시장규모 확대·수익률 향상 급선무

최근 정보통신공사업체가 6200개를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체 수와 시장규모의 상관관계에 대해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정보통신공사업계의 총 공사실적 액은 약 7조8670억 원이었으며 이를 토대로 산출한 업체 당 평균생산액은 15억9000만 원 선이었다.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가 5299개 업체를 대상으로 집계한 수치임. 2007년 3월 16일 기준.)

올해 들어서도 업체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전체 시장규모는 큰 변동이 없음을 감안할 때 업체 당 평균생산액이 전년보다 떨어지지 않을까 매우 우려된다.

이러한 시장상황에 비춰본다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정보통신공사업체를 살리기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공사업 관련 법령은 영세업체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지난 2004년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으로 부실공사업체에 대한 퇴출시스템이 제도화됐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정보통신공사업의 건실한 발전을 위해 시장규모의 확대와 업계의 수익률 향상이 시급함을 여러 차례 역설해 왔다. 특히 공사 발주처에서 시공업체간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거나 표준품셈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공사를 발주해 약 2조원의 공사비가 사라지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업계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시장상황이 악화되다보니 정부가 부실업체에 대한 퇴출시스템을 마련해 공사물량과 업체수 사이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부가 이 같은 인위적 방법을 택한 것이 과연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반문하고 싶다. 사실 정부는 지난 10여 년 간 규제완화를 명분으로 공사업 허가기준 및 자격 요건을 간소화하는 정책을 펼쳐왔으며 이는 공사업체 수의 급격한 증가를 불러왔다.

실제로 지난 1990년 691개에 불과하던 공사업체는 이듬해인 1991년 1604개로 급증했다. 이후에도 업체 수가 매년 빠른 속도로 늘어 지금은 90년에 비해 10배에 가까운 6200 여 개에 이르게 됐다. 말 그대로 '공급과잉'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예전에는 공사업 시장에 진입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게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일례로 공사실적이 자본금에 미치지 못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정부가 영업정지 또는 공사업 허가 취소처분을 하는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했다.

이렇듯 엄격했던 법적 잣대는 지난 10여 년 동안 매우 느슨해졌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시장질서 재편을 목적으로 관련법령을 개정, 공사업체에 대해 다시금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과연 부실공사 업체를 인위적으로 퇴출시키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업계 상황을 살펴보면 현행 법률에 따라 퇴출시스템이 가동될
경우 전체 공사업체 중 약 20%가 더 이상 존립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1000여 개가 넘는 업체가 퇴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업체의 퇴출이 기정 사실화 될 경우 그곳에서 일하는 기술자와 종업원의 일자리도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처우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임무 수행과 정보통신공사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왔던 업계 종사자들의 생활터전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공사업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부실업체에 대한 인위적 퇴출시스템을 제도화한 정부의 조치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된다. 인위적 퇴출시스템을 가동해 업체 수는 줄일 수 있겠지만 나머지 업체의 경영수지가 얼마나 나아질 수 있을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는 의미다.

적정 요건을 갖추지 못해 퇴출된 업체의 경우 뚜렷한 공사실적을 내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고로 실적이 없는 업체를 시장에서 몰아낸다 하더라도 남아 있는 업체의 매출은 크게 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앞으로도 부실업체에 대한 퇴출을 제도화해 지속적으로 규제위주의 정책을 펼친다면 업체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 뒤따르는 부작용은 절대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업체들이 퇴출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실적을 부풀리는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이것이 또 다른 과당경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몹시 우려된다.

더욱이 규제위주의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 심화될 경우 무제한 저가공사 수주, 실적 쌓기를 위한 부당한 뒷거래 등이 계속되는 악순환 구조를 고착시키고 이것이 업계 전체의 경영 악화를 불러오는 불씨가 되지 않을까 몹시 우려되는 바이다.

한편으로는 업계의 현실이 그리 여유롭지 않다. 시장논리에 기대어 경쟁력 없는 업체들이 자연적으로 도태되기를 기다리기까지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저가 수주와 출혈경쟁이 지속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엄청나게 비싼 수업료를 내고 어렵게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사업을 새롭게 시작하거나 별다른 이윤이 없어도 사업의 끈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공사업이 호황을 누리던 옛 시절을 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아니면 복권당첨 보다 더 어려운 경쟁입찰에서 최종 낙찰자가 되기를 바라며 막연히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의 발로는 아닐까. 아니면 빈 낚싯대로 세월을 잡으려는 것일까. 어찌 보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단순히 이상적으로 생각해보자면 물론 방법은 있다. 늘어난 업체 수에 맞게 일거리를 많이 만들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 진정 솔로몬의 지혜가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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