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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PC통신을 아느냐"
"너희가 PC통신을 아느냐"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1.12.15 10:06
  • 호수 1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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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문화 확산 촉매제 역할
초고속인터넷에 밀려 '역사속으로'
초기 이용자엔 큰 아쉬움 남겨



"PC통신은 수명을 다한 불쏘시개와 같다" "PC통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다"
각기 다른 내용의 이 발언들은 문용식 나우콤 사장과 강세호 유니텔 사장이 PC통신의 미래를 내다보며 한 말이다.
지난해부터 회원 수가 급감하면서 특히 유료 회원으로부터의 통신사용료 수입이 크게 줄어들어 PC통신업체들 누적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이들 업체들은 PC통신 사업부문을 독립법인으로 분사시키거나 인터넷 기반 온라인 사업부문과 통합해 커뮤니티 서비스의 일환으로서 PC통신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내용이야 어찌됐건, 우리 나라를 인터넷 강국으로 만드는 데 일등 공신의 역할을 했던 과거의 PC통신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사가 86년부터 무료로 운영하던 통신망이자 현재 하이텔의 전신인 '케텔(KETEL)'을 국내 PC통신의 전신으로 봤을 때 만 13년만의 일이다.
인터넷이 일반 대중에까지 폭넓게 확산되기 이전, PC통신이 온라인 통신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었을 때에도 통신상에 음란물이나 언어폭력 등으로 인한 문제가 없지 않았건만, 오늘날의 많은 네티즌들은 "PC통신을 하던 그때가 좋았다"를 연발하고 있다. 이들이 그리워하는 PC통신이 이제 그야말로 '옛날의 그것'이 되려는 순간이다.
과거의 PC통신족들이 PC통신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도 온라인 상의 열띤 토론과 채팅, 커뮤니티, 정보 공유 등을 처음 접했을 때의 신기함이나, 현재의 인터넷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수에게 한정됐던 PC통신 사용자 계층에 속한다는 자부심 등과 함께 그리움으로 남게 됐다.
PC통신은 편리한 인터넷이 등장하고 초고속통신망이 확대되면서 그 편리함 때문에 급속도로 밀려난 '퇴물'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초기의 PC통신은 그 자체로 놀라울 만큼 획기적이고 매력적인 것이었다.
모뎀 속도가 평균 14,400bps에도 미치지 못하던 94년 이전까지의 PC통신으로는 1메가 정도의 자료를 다운받는 데만 해도 하루 종일 걸릴 정도였다. 따라서 그 당시의 PC통신을 통한 자료 공유라는 것은 엄청난 시간 투자와 인내심을 요구했다.
그런 만큼 초기 PC통신은 주로 채팅 위주로 이뤄졌으며, 지금과 같은 전용선이 아닌 기존의 가정용 전화회선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때로는 집 전화를 독차지하거나 혹은 그로인한 어마어마한 전화요금 청구서로 가족들의 온갖 눈치와 미움을 받아가면서도 PC통신족들은 채팅에 빠져 날밤을 지세우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게 열악한 통신 환경에도 불구하고 PC통신을 나만의 특별한 신세계라고 여겼던 통신족들의 열의는 더욱더 탄력을 받아서 PC통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불편함 속에서 통신을 하던 시기를 지나 14,400bps 모뎀이 일반화되고 28,800bps의 속도로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텍스트 위주였던 PC통신에서도 멀티미디어를 포함한 자료실의 규모가 커지는 등의 변화가 일어났다.
이때 등장한 PC통신 서비스가 나우누리의 '나우로' 서비스였는데, 나우누리는 당시로는 최초의 한글아이디 서비스와 전자우편 음성확인 서비스를 제공, 크게 호응을 얻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기존 하이텔과 천리안을 이용하고 있던 유저들도 대거 나우누리로 이동했다.
특히 PC통신 시절의 매력은 사설 BBS들이었는데, 개인이 집에서 자신의 컴퓨터로 게시판과 채팅 서비스를 하는 수많은 사설 BBS들이 통신상에 얽혀 있었다. 이들 사설 BBS들은 집에서 모뎀과 전화선을 이용해야 하는 관계로 주로 밤 늦은 시간대에만 제공된데다가, 동수 접속수가 3∼4명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사설 BBS들은 개인이 게시판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사실에 감탄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PC통신은 홈페이지나 게시판, 웹 커뮤니티 등 지금의 인터넷 통신을 통해 이뤄지는 대부분의 개념이 시작된 토대가 됐다.
혹자는 PC통신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의 대중화가 가능하다고도 말하고 있다. 4∼5년 전만 해도 인터넷은 전문 프로그래머 등 네트워크에 관한 상당한 지식을 가진 극소수만의 전유물이었고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주요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대단히 큰 마음을 먹고 국제전화를 이용, 외국 뉴스그룹 등에 접속해 얻어오는 방식 등이 고작이었다.
즉 인터넷을 이용해서 대중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참고서로서, 또 인터넷 등 보다 편리한 온라인 네트워크에 대한 욕구를 일으키는 근거로서 PC통신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좀 더 쉬운 웹 저작 도구들이 개발되고 기업 홍보용 홈페이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던 무렵에도 인터넷은 대중들에게 낯선 공간이었으나, 이후 손쉽게 구축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게시판이나 채팅 소스들이 개발되면서 인터넷과 PC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3년 전 네츠고의 출범이 이 시점이었는데, 이를 경계로 PC통신은 주로 인터넷 연결 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근 각 가정의 PC 하나하나에까지 광범위하게 분포된 우리 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는 세계 최고의 수준을 구가하고 있다. 이같은 인터넷 보급 속도와 함께, 별도의 통신 요금을 물어야 하는 PC통신의 입지가 빠르게 좁아짐은 예고된 상황이었다.
물론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이전부터 형성돼 동호회나 공유 자료 등의 매력으로 인해 PC통신이 완전히 시장에서 밀려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1∼2년간 관련 인터넷 사이트와 통합을 시도하고 새로운 웹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 해 오던 PC통신 업체들도 최근 수익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져 버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최후의 결단'을 내리고 있는 것.
지금과 앞으로의 '어린' 네티즌들에게는 그 개념 자체가 생소할 'PC통신'이 한때 현대성의 대명사였던 화려한 과거를 안고 기억 속에 묻혀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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