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36 (금)
<기자의 눈> '상품성' 잣대만으로 법 만드나
<기자의 눈> '상품성' 잣대만으로 법 만드나
  • 한국정보통신
  • 승인 2001.12.01 09:48
  • 호수 11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논쟁들은 지식정보화 사회의 최대 화두로 꼽힐 만한 쟁점이다.

정보가 가치고 돈이 되는 세상에서 정보의 생산과 조합, 유통 과정은 곧 '가치의 흐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컨텐츠의 복제 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깝고 원본과 복제본의 질적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사회에서는 정보의 생산과 복제, 전송 등 일본 공중들이 가치있는 정보에 자유로이 접근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 같은 '정보평등'의 이상에도 모순이 없지 않다. 지적 결과물의 생산자의 창작을 위한 노력이 충분한 보호를 받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디지털 컨텐츠와 관련한 논의들은 대게 '지적 재산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큰 방향을 잡은 듯이 보인다. 컨텐츠 유료화 바람과 함께 거의 모든 디지털 컨텐츠의 저작권 문제가 크게 불거지기 시작했고, 저작권과 관련한 소송 등 법적 분쟁의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특히 법률 등 강제력을 지닌 사회적 규제 수단들을 동원한 지적재산권 보호 움직임은 지구상의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이미 하나의 지배적인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심의되고 있는 '온라인디지털컨텐츠산업발전법안', 지난달 2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3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로 회부될 예정인 '저작권법개정법률안', 현재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심의되고 있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개정법률안' 등 디지털 컨텐츠와 관련한 지적재산권을 더욱 강화하려는 경향의 법안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중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는 온라인디지털컨텐츠산업발전법안(이하 법안)은 온라인 컨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위원회 설치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조성 및 지원근거 등 온라인 컨텐츠의 생산을 촉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 평등과 생산자 보호라는 모순된 가치를 동시에 도모하기 위해서는 '정보에 대한 사적인 권리와 공익간의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법안이 "지식의 생산방식을 영리적 목적의 상품 생산으로만 바라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 측이 지적하는 법안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법안이 온라인 컨텐츠 제작자의 '투자'를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지나치게 넓은 범위의 권리를 부여하고 있어, 온라인상의 정보의 유통과 이용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는 점 △법안이 거의 모든 형태의 디지털 정보에 대해 제작자에게 지적제산권과 유사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어 이것이 다양한 2차적 제작을 제한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오히려 디지털 컨텐츠 산업의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 △제작자가 컨텐츠를 '창작'했는지 단순히 편집만 했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제작자란 이유만으로 준물권(準物權)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창작성을 전제로 지적재산권을 논하고 있는 헌법에 반한다는 점 등이다.

즉, 지식정보화 사회가 요구하는 법안은 시장의 요구 뿐만 아니라 일반 공중의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라고 하는 헌법적 요구를 합리적으로 조화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논의중인 법안들은 이 중 상품으로서의 컨텐츠의 가치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디지털 컨텐츠와 관련한 새로운 법안들이 제작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교육, 학문, 연구, 비평, 보도, 재판 등의 공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을 설정하는 것마저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단순한 상업적 컨텐츠와 공익적 컨텐츠의 차별적 보호는 기존 아날로그 사회에서도 보장되고 있던 바였으나 오히려 디지털 사회로 오면서 뒷걸음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사회라고 해서 지금까지 당연하게 보장돼 왔던 기본적인 가치들이 '제고의 대상'이 될 이유는 없다는 이들의 주장은 상당히 타당하게 들린다. 더 발전적인 기제들을 이용해서 한걸음 더 나은 정보 복지사회를 만들기는커녕 물질만능의 사회를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니다.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공유, 생산과 재생산의 끊임없는 흐름은 정보화 사회의 기본이다. 물론 정보와 그 창작활동의 가치 또한 분명히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를 단순히 상품이라고 보기보다는 다양한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들'로 봐야 할 것 같다.

컨텐츠는 분명히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고 상품으로서의 컨텐츠는 보호받아야 할 이유가 있지만, 하나의 컨텐츠를 창작해 내는 역량은 정보의 자유로운 교류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것이 '문화'적인 인프라다.

법이 상업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같은 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해 가면서도 정보의 '창작'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수 있을 수 있도록 더욱 많은 고민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19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