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불법대여, ‘돌팔이 시공업체’ 양산
면허 불법대여, ‘돌팔이 시공업체’ 양산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5.02.12 0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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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무자격 불법시공 실태와 해결 방안

건전한 시장질서 교란…“법 지키면 손해” 부정적 인식 초래

부실시공-안전사고 등 부작용 우려
행정시스템 개선-처벌 강화 등 시급

 돌팔이 의사, 돌팔이 선생, 돌팔이 무당…. ‘돌팔이’란 제대로 된 자격이나 실력이 없이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돌팔이가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릇된 방법으로 돈을 벌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돌팔이 의사에게 잘못 진료를 받으면 어떻게 될까. 치료는커녕 병을 더 키우기 쉽고, 일을 크게 그르칠 경우 환자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된다.

여럿이가 아닌 혼자서 하는 일에만 돌팔이가 존재할까. 그렇지 않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기업들 중에도 수많은 돌팔이가 존재한다.

규정에 맞는 자격요건이나 사업 수행능력을 갖추지 않고 일감을 얻은 뒤, 그 대가로 이득을 보면 그게 다름 아닌 ‘돌팔이 기업’이다.

시공분야의 ‘돌팔이 기업’도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제대로 된 기술력 없이 낮은 가격을 무기로 공사를 수주한 뒤 자취를 감추거나 이 곳 저곳을 떠돌며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돌팔이 시공업체는 어떻게 존립하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까. 이들 기업은 대부분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를 빌려 마치 올바른 자격요건을 갖춘 것처럼 ‘변장’을 한다.

법에 어긋난 방법으로 건설업 등록증(면허)을 발급 받은 후 무면허 건설업자들에게 이를 빌려주고, 그 대가로 수백억 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무면허 건설업자들에게 건설업 등록증을 빌려준 뒤 막대한 규모의 부당이득을 취한 면허 대여업체 총책 이 모씨(60세) 등 4명을 구속하고 3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 사건 개요 =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허 모씨(37세) 등 4명은 건설업 등록을 대행해주는 법인을 세웠다.

이들은 지난 2011년 2월경부터 작년 4월경까지 건설업 등록에 필요한 건설기술자격증을 빌려 건설업 등록증을 부정발급 받은 후 면허 대여업자들에게 이를 판매했다. 

또 피의자 이 모씨 등 30명은 2011년 1월경부터 작년 7월경까지 무면허 건설업자들에게 건설업 등록증을 대여해줬다. 이를 통해 총 186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이들은 건당 200∼300만 원의 수수료를 받았으며 총 7336회에 걸쳐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행위는 건설산업기본법의 관련규정을 크게 어긴 것이다.
해당법령에 따르면 건설업을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하거나 건설업등록의 불법 대여 및 알선 행위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 불법 관행 만연 = 이번 사건을 통해 일선현장에 만연해 있는 불법 관행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건당 수백만 원의 수수료만 주면 건설업 면허발급에 필요한 건설기술자격증과 건설업 면허를 거래할 수 있는 구조적 병폐가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면허 대여업체를 설립해주거나 무면허 건설업자와 면허 대여업체를 연결해주는 전문 브로커들이 활동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양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 세금탈루액 8100억 = 경찰에 따르면 면허 대여업체는 면허대여 수수료만 챙겨 폐업을 하고 무등록 건설업자는 명의를 빌려 공사 후 흔적을 감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세금탈루와 근로자의 4대 보험 미가입, 불법건축물 양산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실제로 이번 사건을 통해 적발된 피의자들은 면허 대여업체에서 발생한 4조200억 원대의 매출신고를 대부분 누락해 막대한 규모의 세수결손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 법인세과에 따르면 이들 피의자들의 탈루세액은 8100억 원, 추징세액은 무려 1조1300억 원에 이른다.

더욱이 무면허 건설업자는 건축물에 대한 하자보수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자칫 부실시공으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중소업체 건전성 약화 = 건전한 시장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일반 건설업체는 각종 불법을 자행하는 무면허 건설업자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공사수주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는 중소형 건설업체들의 건전성 약화로 이어진다.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그리 무겁지 않은 것도 눈여겨봐야 할 문제다. 면허 대여업체의 불법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상황에서, 면허 대여사실이 적발되더라도 수백만 원 정도의 벌금을 내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의식이 팽배해 있다.

이는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부정적 인식을 낳고, 결국 경영난에 빠진 건설업체들이 면허를 대여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 행정 시스템 개선 필요 = 그럼 각종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경찰에 따르면 면허 대여업체 명의로 전국에서 수백 건의 건설공사 착공신고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비춰볼 때 해당업체 명의로 각 지방자치단체에 신고 된 착공신고 내역이나 건설현장 건설기술자 명단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면 면허대여 의심업체를 적발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현재 국토교통부 및 각 지자체는 ‘세움터’라는 건축행정 시스템을 통해 이 같은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자체간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에, 관련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밖에 면허 대여업체가 건설기술자격증을 빌려 건설업 등록을 하는 것도 큰 논란거리다. 이와 관련, 건설업 등록 후 건설기술 인력의 상시 고용여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단속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더불어 면허 대여행위로 인해 얻는 범죄자들의 수익과 파생되는 각종 불법에 비해 처벌이 가벼워 여러 형태의 불법업체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이에 따라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정보통신공사업계도 몸살 = 정보통신공사업계 역시 무자격 불법시공 등 각종 불법행위 때문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불법행위의 대표적 사례는 무자격업체가 건축물의 정보통신설비를 시공하고 사용전검사 시 등록증을 대여 받아 사용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에 적발된 것처럼 무자격업체에게 등록증을 대여하는 행위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공사업을 등록하지 않은 장비판매 전문점에서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판매와 시공이 가능한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처럼 정보통신공사에 관한 적정 자격과 전문적인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제조·유통업체 등이 임의로 시공업무를 수행할 경우, 시공품질이 크게 저하돼 정보통신 기반시설을 약화시키는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관련규정 이해 ‘필수’ = 이에 따라 정보통신공사업법 등 관계법령 및 규정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발주처와 무자격업체 사이에 체결된 부당계약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단속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현행 정보통신공사업법은 ‘정보통신설비의 설치 및 유지·보수에 관한 공사와 이에 따르는 부대공사’를 정보통신공사로 규정하고 있으며 ‘정보통신공사업자가 아니면 도급을 받거나 시공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공사업 등록을 위해서는 법인 1억5000만 원 이상, 개인은 2억 원 이상의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3인 이상의 기술계 정보통신기술자(3인중 1인은 통신·전자·정보처리기술 분야의 중급 기술자 이상이어야 한다)와 1인 이상의 기능계 정보통신기술자도 확보해야 한다.

이 밖에 15㎡ 이상의 사무실을 갖추고 있어야 공사업 등록이 가능하다.

불법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및 과징금 기준도 숙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정한 방법으로 공사업 등록을 하거나 등록기준에 관한 사항을 거짓으로 신고한 경우 등록취소 처분을 받게 된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등록증이나 등록수첩을 빌려 주거나 타인의 등록증이나 등록수첩을 빌려서 사용한 경우도 등록취소 처분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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