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전자·IT업종과 건설업종이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에 반해 자동차와 조선 업종의 경우 건실한 성장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10여개 업종단체와 공동으로 ‘2015년 하반기 산업기상도’를 조사해 이런 분석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산업기상도는 업종별로 국내외 긍정적·부정적 요인을 분석하고 경기상황을 날씨로 표현한 것이다. ‘맑음’은 좋음, ‘구름조금’은 다소 좋음, ‘흐림’은 다소 나쁨, ‘비’는 나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느는 전자·IT 업종의 기상도는 ‘구름조금’으로 전망됐다.
특히 전자·IT업종의 경우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지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반기 수출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사물인터넷, 웨어러블기기 등 첨단제품이 쏟아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갤럭시S6, G4 등 신형스마트폰의 해외수출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 같은 시장 변화를 반영하듯,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황에도 지난 5월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27%까지 상승한 바 있다.
건설업종의 기상도 역시 ‘구름조금’으로 예상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부동산 부양책에 따라 하반기에도 건설업종에 해가 뜰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민간부문의 건축물 착공신고가 지난해 말부터 계속 증가추세를 유지하면서 올해 국내건설 연간수주액은 지난해에 비해 12% 증가한 1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유가로 중동지역 공사발주 축소가 지속돼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25%감소된 500억 달러 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기계업종 역시 미국의 자동차, 항공, 에너지산업의 투자확대로 하반기 전망이 ‘구름조금’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일반기계의 중국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미국수출은 1~5월 11.3%까지 증가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그동안 기계류 최대수출처였던 중국경제의 성장세 둔화, 중국 기계업체들의 약진 등은 하반기 부진요인이다.
엔저로 일본차 업체와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는 ‘흐림’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미국시장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히던 일본 중형세단 ‘캠리’는 현대차 ‘쏘나타’보다 고가였지만 지금은 두 차종 모두 2만2000 달러~3만 달러의 같은 가격대에 팔려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노동계 총파업, 개별노사 간 임금협상 난항 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자동차업종의 악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반떼, K5, 스포티지 등 신차 출시, 미국시장 공격적 마케팅 강화 등은 수출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그리스 위기의 여파가 밀려든 조선업종도 ‘흐림’으로 전망됐다.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사업의 실적부진 우려가 지속되는 데다, 주요고객 유럽선사들이 그리스 위기에 더욱 움츠려 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기자재업체들은 선박건조 감소 전망과 더불어 엔저로 인한 단가인하압박까지 겹쳐 사정이 더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상선수주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호재로 작용한다.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철강업종 역시 ‘흐림’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중국이 국내산 철강가격의 약 80% 수준인 싼 값으로 ‘밀어내기’ 전략을 구사하면서 국내 시장이 크게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마찰심화에 따라 수출환경도 좋지 못하다. 현재 세계 14개국에서 61건의 조사가 진행될 정도다. 하반기에는 그나마 햇볕이 드는 건설업종에 국내산 철강이 팔려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정유·유화업종도 ‘흐림’으로 예보됐다. 중국, 인도 등에서 설비경쟁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어 전망이 밝지 못한 상황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체제는 약 80%에 이르고 TPA(98%), PVC(101%)는 이미 100%에 이르러 중국 제품이 우리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미국의 경기회복세, 동남아 기업의 신증설 제한 등은 수출호재 요인이다.
중국섬유의 저가공세로 한계상황에 밀린 섬유·의류업종도 ‘흐림’으로 예보됐다. 가격경쟁력을 맞추기 위해 일부 면방업체들은 국내 가동을 중단하고 해외생산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해외진출 의류업체도 현지에서 부분품을 조달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던 탄소섬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서도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따라오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한중 FTA로 국내패션 브랜드의 중국시장 진출확대, 원료가격 안정 등으로 수출 감소폭은 상반기 -9.6%에서 -2.9%까지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최근 그리스 위기의 전이가능성과 함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성장세 둔화가 현실화돼 국내 경기의 회복세도 주춤거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덧붙여 “정부는 경제활성화 정책에 더욱 강도를 높이고 경제계도 계획된 투자와 고용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등 모든 경제주체가 경제살리기에 뜻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