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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근본 틀 개선해야
vs 중기 보호 안전장치 필요
규제 근본 틀 개선해야
vs 중기 보호 안전장치 필요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6.01.25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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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기간통신사업자 겸업제한 어떻게 봐야하나

대한상의   IoT·무인차 등 신사업 곳곳에 규제 장벽
중소기업   무차별적 겸업 허용하면 중기 생존 위협  

이대로 묶어 둘 것인가, 과감히 풀 것인가. 그냥 묶자니 신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산업경쟁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과감하게 풀어 버리자니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시장질서가 흐트러질까 걱정이다.

기간통신사업자의 겸업제한 규정에 대한 이야기다. 관련업계의 의견은 크게, 혹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규제완화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실행방법에는 온도차가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사물인터넷(IoT) 산업 등의 활성화를 위해 통신망과 규격, 기간통신사업자의 장비개발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중소기업은 불합리한 규제완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무차별적인 겸업제한 완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정 대기업의 통신시장 독식을 막고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만드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양 쪽 모두의 의견에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각각의 논리에 대한 최대공약수를 얼마나 뽑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규제 때문에 신사업 힘들다 =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1일 “국제사회의 신산업, 신시장 선점경쟁에 낙오되지 않도록 규제의 근본 틀을 개선해 달라”는 내용의 ‘신사업의 장벽, 규제트라이앵글과 개선과제’를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보고서에서 “창조경제시대가 도래했지만 우리 기업은 낡은 규제프레임에 갇혀 새 사업에 도전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신사업에 대한 규제트라이앵글로 △정부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사업을 착수,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규제 △정부가 정해준 사업영역이 아니면 기업활동 자체를 불허하는 포지티브규제 △융·복합 신제품을 개발해도 안전성 인증기준 등을 마련하지 않아 제때 출시 못하게 만드는 규제인프라 부재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아울러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6개 부문 40개 신사업을 제시했다.

□ 현행법령이 규제로 작용 - 대한상의는 먼저 통신사업자의 IoT설비 제조에 제한을 두고 있는 현행 법령이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17조는 매출액 300억 원을 초과하는 기간통신사업자의 겸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즉, 기간통신사업자가 통신기기제조업 및 정보통신공사업, 정보통신공사 용역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는 이동통신사가 단말기 제조까지 독점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통신사의 통신설비제조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는 스마트센서, 소형기기 등 IoT설비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 플랫폼과 아이디어를 갖춘 통신사라 하더라도 제조사와 협약방식으로만 신규서비스·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독자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분명이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는 “기간통신사업자는 통신망과 규격, 기술 등에 있어서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지만 IoT용 무선센서 등 통신장비 개발이 막혀있다”며 “이는 통신사업에 있어서 서비스와 기기제조를 엄격히 구분하는 칸막이가 쳐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중소기업 보호가 우선 = 하지만 관련규정의 타당성에 힘을 싣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소 통신기기 제조업체의 A대표는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간통신사업자의 겸업을 무조건적으로 허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력,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기간통신사업자의 겸업이 자유로워질 경우
경영기반이 취약하고 조직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 질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중소업체의 B대표는 “경영자금이 턱없이 부족하고 판로가 좁아도 오로지 기술력을 믿고 시장경쟁에 뛰어드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며 “대부분이 대기업인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겸업제한을 무조건 없애기 보다는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보호하고 시장진입을 도울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만드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B사장은 “대기업의 우수기술·인력 빼가기에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거의 무방비 상태로 당하고 있다”며 “기술 유용행위에 적용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사장은 대기업 기술유용행위의 한 예로 “중소기업에서 수년간 길러 온 연구개발 인력을 대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주고 스카우트 해 핵심기술을 빼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 무인산업 등 규제 지적 = 대한상의는 IoT 등 정보통신기술(ICT) 융합분야뿐만 아니라 무인산업, 에너지, 바이오·헬스, 의료서비스 등 신산업 분야의 규제장벽 현황에 대해 면밀히 분석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3D프린터로 인공장기, 인공피부, 의수·의족 등을 제작하고 있지만 안전성 인증기준이 없어 시장에서 국내산 구매를 꺼려해 판로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방재업체들이 스마트센서가 부착된 비상안내지시등, 연기감지 피난유도설비 등 지능형 설비를 개발해도 인증기준이 없어 제때 납품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베이터 운전제어의 경우에도 사람만 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어, 인공지능(AI)을 통해 원격으로 엘리베이터를 제어하는 무인환자이송, 무인물품이동 등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 ESS, 비상전원장치 불인정 = 에너지분야에서는 하수·공기·해수 등의 온도차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히트펌프’가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망사업인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도 소방법상 건물의 비상전원공급장치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밖에도 전기자전거의 경우 시속 20~30km의 성능으로 일반자전거와 속도가 비슷하지만, 원동기 면허취득과 헬멧 착용이 의무화된다고 밝혔다. 모터가 달렸다는 이유로 오토바이나 스쿠터와 같은 원동기로 분류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대한상의는 비금융회사가 은행 지분을 4%까지만 소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도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합리적 규제완화가 해법 =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기술과 시장이 급변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정부의 사전규제와 포지티브규제, 그리고 규제인프라 부재라는 규제트라이앵글에 갇힌 채 신시장 선점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의 자율규제를 확대하고 입법취지에 위배되는 사항만 예외적으로 제한하는 등 규제의 근본 틀을 새롭게 바꾸고, 융·복합 신산업 규제환경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한상의 연구사업에 참여한 한양대학교 김태윤 교수는 “지난 2014년 발의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에는 네거티브 규제원칙, 규제비용총량제, 규제적용차등제 등 규제시스템 개선내용이 다수 담겨있지만 장기간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경쟁의 현장에서 뛰는 기업의 손발을 묶는 격으로, 시장선점경쟁에는 시간이 생명인 만큼 국회는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정부도 경제계가 제기한 사항들을 신속하게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 임원 C씨는 “시장과 기술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 산업활성화를 도모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철폐대상 규제를 합리적으로 발굴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얼마나 실효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규제완화의 혜택과 효과가 업계 전반에 고루 미칠 수 있도록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체계적인 실행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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