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표준시장단가 도입 무리수
성남시 표준시장단가 도입 무리수
  • 박현일 기자
  • 승인 2016.06.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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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규정 무시…관내 시설공사에 적용
업계 “적정 공사비 반영 어렵다” 우려

경기도 성남시가 관내 도서관 건립공사를 집행하면서 표준품셈 대신 표준시장 단가를 적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규정에 따르면 10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공공사업은 올해 12월 31일까지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성남시는 이 같은 규정을 무시하고 시 자체 지침에 따라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해 공사비를 산정했으며, 이를 토대로 사업을 발주한 것이다.

성남시는 공사비 절감과 복지예산 확보를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어 “공사비를 절감하고 복지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성남시장 지침에 따라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해 (시설공사)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무리한 시정 집행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표준시장단가를 무리하게 적용할 경우 적정 공사비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공사비 산정기준 개요 = 공사비 산정에는 ‘표준품셈’과 ‘실적공사비’가 주로 이용된다.

표준품셈은 대표적인 공종·공법을 기준으로 삼아 소요되는 재료량·노무량 및 기계경비 등을 수치로 제시한 것이다.

2004년 도입된 실적공사비 제도는 과거에 수행한 시설공사의 공종별 계약단가를 기초로 공사원가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당초 실적공사비 제도의 도입취지는 실제 시장가격을 반영해 공사비의 거품을 방지하고 공사비 산정과정을 효율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저가낙찰로 인해 공사비가 지나치게 하락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 표준시장단가제도 =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의 실적공사비 제도를 보완해 ‘표준시장단가 제도’를 내놓았다.

계약단가뿐만 아니라 실제 시공단가, 입찰단가 등 다양한 가격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검증해 공공건설 공사비를 현실화하자는 게 정부의 목표다.

다만, 표준시장단가의 대상을 축소하고 일부 규정은 유예했다.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공종 수는 2000여개로 실제 시장가격을 당장 현실화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00억 원 미만 공사에 대해 실적공사비를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또한 10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공사에 대해서는 2016년 12월 31일까지 실적공사비 적용을 배제하도록 했다.

행자부도 지난해 10월 ‘지자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행자부 예규)’을 개정해 300억 원 미만 공사의 공사비를 산정할 때는 지방계약법이 정한 표준시장단가 대신 표준품셈을 적용하도록 했다.


□ 성남시, 정부 규정에 반기 = 그렇지만 성남시는 공사 규모별로 표준시장단가를 유예하고 표준품셈을 적용하도록 한 정부 규정에 반기를 들었다.

실제로 성남시는 관내 ‘서현도서관 건립공사’의 공사비 산정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했다.

성남시가 산정한 공사비는 총 207억 원. 시는 표준품셈을 적용할 경우 소요되는 218억 원보다 약 11억 원을 절감했다고 자평했다.

조달청은 성남시가 산정한 공사비가 너무 낮다며 지난해 11월부터 4차례 걸쳐 표준품셈을 적용해 공사비를 다시 산정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성남시는 이를 거부하고 지난 4월 12일 공사를 자체 발주했으며, 4월 26일 개찰을 완료했다. 이 입찰에는 369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업계 등에서는 공사비가 낮으면 사업성 악화로 유찰될 것이라며 표준품셈 적용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면서도 “서현도서관 건립공사의 경우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했음에도 입찰 경쟁률이 369대 1에 이른 만큼 표준품셈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 부실시공 등 우려 = 하지만 대다수 건설업체들은 성남시의 판단이 너무 성급하고 큰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정부 규정에 따라 표준단가 제도를 안정화시킨 뒤 단계적으로 적용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표준품셈 대신 무리하게 표준시장 단가를 적용할 경우 적정공사비 확보가 어려워져 부실시공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재부와 국토부, 행자부 등 관련부처에서도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유예하고 있는 마당에 성남시가 자체 실적을 위해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시공품질과 건설업계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표준시장단가 도입에 대해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 통신공종도 적용 유예 = 한편, 설치과정이 복잡하고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통신공종도 표준시장단가의 도입을 유예한 바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보통신공사 표준시장단가 제도를 2017년 12월 31일까지 시행하지 않고,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미래부는 표준시장단가 제도를 2016년부터 정보통신공사에도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제도 변경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시행시기를 2년간 늦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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