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공사의 설계는 누구나 하는 것인가?
공사의 현장에 나가 보면 이상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설계도면에는 분명 정보통신자격자의 도장이 날인되어 있는데, 설계자가 작성했다는 시방서를 보면 도저히 정보통신기술자가 작성 또는 검수 했다고 믿기 힘든 내용들이 있다.
이유는 이렇다. 건축주로부터 정보통신설계를 위탁받은 건축사는 전기설계와 함께 건축전기설계업자에게 싼 값에 넘긴다. 설계업자는 무자격 기술자에게 설계 도서를 작성하게 한 후, 정보통신기술자격자의 도장을 빌려 찍고 납품한다.
건축사는 설계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이런 과정에서 정보통신공사의 설계는 전기설계의 미끼처럼 인식되어 초저가로 하도급 되다보니 당연히 정상적인 설계를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먹이사슬로 인해 정보통신 공사의 설계 품질은 땅에 떨어졌고, 건축주에게는 정보통신공사의 설계는 법이 있으니까 해야 하는 정도로만 인식되고 말았다.
정보통신설계는 정보통신 전문가의 영역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은 각 분야의 안전 및 기능의 향상에 기여한다. 건축물을 보라.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지능형건물관리시스템(IBS), 지능형 홈 네트워크, 스마트 홈, CCTV 및 통합경비시스템, 주차관제시스템 등 ICT기술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는 건축물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법령의 미비로 인해 정보통신설비의 설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설계는 어차피 납품 업체가 하는 것이니 설계자는 누구여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식이다.
하지만 설계자는 기술과 시스템뿐 아니라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의 비용, 품질, 용량, 구축 및 운영, 유지보수 등의 각 사안에 대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안을 제시해야한다. 설계자는 전문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의 공급자와 소통하고 문제점에 대해서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비전문가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설계도서 작성자에 대한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정보통신공사업법」에는 공사의 설계도서 작성권자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설계를 용역업자(「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에 따른 엔지니어링사업자 또는 「기술사법」에 따른 기술사사무소)에게 발주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용역업자의 책임 하에 용역업의 자격을 구성하는 정보통신기술자가 설계를 하면 된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설계자 규정이 없다보니 현장에서는 무자격자의 설계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기술자에 의한 설계가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시급한 사안이다.
등급별 감리원 배치기준을 명문화함으로써 감리제도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설계도 공사의 성격과 규모에 맞도록 정보통신기술자 등급별로 설계할 수 있는 기준을 명시하게 된다면 설계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나아가 공사의 품질향상뿐 아니라 비용의 합리성도 얻게 될 것이다.
기술사 선배님들! 기술사 윤리강령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최고 전문 기술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지속적 직무능력을 배양하여 자신의 자격이 있는 분야의 직무만 수행"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