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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예산절감의 빛과 그림자
[창가에서] 예산절감의 빛과 그림자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8.08.20 09: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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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도민의 복지증진에 남다른 의지를 갖고 있다. 그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포용적인 복지를 공약으로 제시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았다.

청년배당 시범사업 모델 개발, 산후조리비 지원, 신입생 무상교복 확대, 저소득층 미성년자 생리대 지원과 같은 ‘무상 시리즈’가 그의 공약에 들어 있다.

하지만 달디 단 복지의 열매는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지 않는다. 적정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시적 성과를 내기 힘들다.

이를 명확히 알고 있어서 일까. 이 지사는 복지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이 지사가 추정가격 100억원 미만 공공 건설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 관련규정 개정을 건의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셈법만 바꾸면 1000원 주고 사던 물건을 900원에 살 수 있다”면서 “누군가의 부당한 이익은 누군가의 손해로 귀결된다”고 썼다.

이어 7일에는 “도민의 예산을 한 푼도 허투루 쓸 수 없다.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막는 것은 도민의 명령이며, 도지사의 책무”라면서 표준시장단가 확대 적용에 대한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이 지사의 말은 도내 관급공사에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예산을 절감해 도민 복지 등 꼭 필요한 부분에 투입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렇지만 관급공사의 예정가격 산정문제를 단순히 외형적 수치만을 갖고 판단해서는 올바른 해법을 찾기 힘들다. 공공기관이 손해를 볼 것인가, 혹은 이익을 낼 것인가 하는 이분법의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하는 건 더욱 불합리하다.

무엇보다 관급공사에 얽힌 다단계 도급구조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표준시장단가 확대 적용의 효과와 부작용을 냉철하게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

시공업계의 특성을 잘 아는 사람들은 공공공사비 삭감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다단계 도급의 맨 끝단에 놓여 있는 중소 시공업체와 거기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근로자들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발주처에서 공사비를 박하게 책정하면 원수급자가 하도급업체에 주는 공사대금을 후려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하도급업체 근로자가 손에 쥘 수 있는 돈도 줄어들게 된다. 정부 정책이나 규제로 일거에 바꿀 수 없는 건설시장의 엄연한 속성이요 생리다.

선한 동기를 지닌 정책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이 지사는 예산절감이라는 명분에 집착하기 보다는 더 넓은 시야를 갖고 합리적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아울러 더욱 정교하고 심층적인 실행전략을 짜야 한다.

이 지사의 말대로 1000원 짜리 물건을 100원 더 싸게, 900원에 살 수 있다면 누구나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900원짜리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가 그 돈으로 고품질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 헤아려 볼 일이다. 경쟁업체를 이기기 위해 물건 값을 900원에 맞춰야 하는 근로자들이 얼마나 쓰라린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추상적인 선의 실현보다는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는 데 주력하라”는 영국 철학자 칼 포퍼의 말처럼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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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2018-08-20 13:40:30
좋은 기사 잘 보고 있읍니다. 수고 많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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