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한파 속에서도 강직함을 잃지 않은
푸르른 소나무를 보면 떠오르는 우리술이 있다.
소나무 마디인 송절로 빚은 송절주.
이 술은 강직하고 기개 넘치는 소나무의 상정적인 의미로 인해 조선시대부터 한말에 이르기까지 서울 부근의 중류계층과 선비들이 각별히 즐겨 마셨던 고급 전통주다.
특히 조선시대 금주령을 가장 강력하게 시행했던 영조도 즐겨 마셨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실록에는 영조가 금주령을 내린 이후 술 대신 송절차를 즐겨 마셨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주영하 교수의 저서 '영조의 건강비결'에는 차가 아니라 송절주라는 술이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로 조선후기 문신 성대중의 '청성집'에는 영조가 송절차를 내렸는데 취기가 돌았다고 쓴 구절이 나온다.
송절주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2호로 지정된 고급술로 쌉싸름하면서 감칠맛이 특징이다. 매운맛도 미세하게 느껴지며 입안을 가득 채우는 솔향도 좋다.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국화, 겨울에는 유자껍질 등 계절에 따라 식물약재나 가향제를 달리하는 등 맛과 향에 변화를 줘 술향기와 꽃향기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송절주를 빚는 방법은 규합총서, 동의보감, 고사십이집, 임원경제지, 부인필지, 음식디미방, 산림경제, 임원십육지 등에 다양하게 소개돼 있다.
국순당은 1809년 문헌인 규합총서의 기록을 토대로 복원한 송절주는 즐기고 마실 수 있는 술이라기에는 맛과 향이 무겁고 진해 하루에 한 잔씩 참고 들이키는 약에 가까웠다고 평했다.
그래서 국순당은 지금의 우리가 조금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송절의 쓴 맛이 너무 강하지 않도록 줄였다. 또한 송절을 달이면 나오는 진액으로 술을 빚기보다 쌀에 그대로 송절을 넣어 발효 중 성분이 추출될 수 있도록 했다. 함께 넣은 솔잎은 쓴맛을 줄이고 은은한 솔 향이 술 전체에 배어들게 해 맛과 향이 더욱 풍성한 지금의 송절주가 탄생했다.
국순당이 복원한 송절주는 현대 우리 입맛에는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송절주 특유의 향과 시원함은 살리고 송진의 끈적하고 느끼한 맛을 줄이는 동시에 소나무의 쓴맛과 목재취를 약화시키고 깔끔한 맛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