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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지능화’가 유행이로다
[기자수첩]‘지능화’가 유행이로다
  • 차종환 기자
  • 승인 2019.02.08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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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초짜 시절이니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한 영상보안 전문업체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그가 소개한 기술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범죄가 발생해 용의자가 도주 중인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거리에는 수백대의 CCTV가 설치돼 있어 용의자를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지만 CCTV가 비추는 영상은 특정 공간에 한정된다. 화면 밖으로 나가면 그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가 촬영된 영상을 다시 찾아야 한다. 우리는 거리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용의자의 이동궤적을 따라 차례대로 동작하며 하나의 영상파일로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을 준비 중이다.”

신기했다. ‘지능형’ 기술이라는 말을 그 때 처음 들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강국이라더니 진짜구나 싶었다.

최근 들어 정부가 국가의 주요 인프라에 지능정보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노후화된 시설들을 자동으로 관리하고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지능형 기술이든 지능정보 기술이든 이름만 다르지 매한가지일터다.

문득 든 생각이 그랬다. 이미 산업계엔 저런 용의자 추적 CCTV 같은 뛰어난 지능형 기술이 나와 있는데 왜 이제야?

기술도 유행을 탄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같은 기술들이 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기술이 아님에도 요즘에서야 핫한 이유는 그게 유행이라서다. 국가 인프라의 지능정보화는 아마 4차산업혁명이니 뭐니 해서 우리도 뭔가 해야 되지 않겠냐는 분위기에 관련 부처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 테다.

저 기술이 지금 나왔다면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을 달고 잘 팔려갔을 것이다. 시대를 너무 앞서가도 탈이다.

바꿔 말하면, 얼마나 많은, 유행을 타지 못한 기술들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스러져 갔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발업체들이 제품을 공공분야에 어필하면 대답은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돌아오기 일쑤였단다. 내가 사장이었어도 뭐하러 힘들게 시간과 돈을 들여 개발을 할까 싶다.

국가 인프라의 지능정보화, 취지도 좋고 효과도 좋고 다 좋다. 그런데 굳이 그걸 왜 지금 하나. 그 정도 효과라면 애당초 도입했으면 뽕을 뽑고도 남았을 것이다. 허울뿐인 정보통신강국이라는 소릴 듣지 않았어도 될 거였다. 이미 기술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은 있었다.

사회에 이롭다면 신기술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굳이 유행을 쫓지 않아도 말이다. 똑똑한 사람들만 모인 공무원들이 그런 간단한 생각을 하지 못 했을까.

‘지능화’가 가장 필요한 님들은 따로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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