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전통주의 역사는 타 지역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화산 회토와 암반지형으로 이뤄진 땅은 벼농사를 짓기 어려운 환경이다. 논이 매우 적어 쌀이 귀했기 때문에 술의 재료도 좁쌀이나 보리쌀로 빚는 전통이 생겨났다. 좁쌀로 만든 전통 떡이 오메기떡이고, 전통 발효주가 오메기술이다. 오메기술을 증류하면 제주 소주인 고소리술이 된다.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은 제주의 전통술로 지역 무형문화재로도 지정돼 있다.
원래 오메기떡은 오메기술을 만들기 위한 술떡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오메기떡은 좁쌀로 된 반죽에 겉에는 팥고물이나 콩가루가 묻어 있고 속에는 팥앙금이 들어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형태는 아니었다. 고물을 뭍이기 전의 오메기떡을 사용해 누룩과 함께 발효시키면 과거 조상들이 즐겨 마셨던 토속주 오메기술이 된다.
제주샘주에서 제조하고 있는 오메기술은 알코올 도수 13도, 15도로 제주 천연 암반수와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조릿대를 첨가해 제품의 맛과 향 그리고 품질까지 개선했다.
고소리술은 좁쌀과 누룩으로 빚은 오메기술을 고소리라는 도기를 사용해 증류시킨 토속 소주다. 소주 내리는 기구를 소줏고리 또는 고조리라 하는데 제주도에서는 방언으로 고소리라 부른다.
소줏고리는 원나라 직할지인 탐라총관부가 들어오면서 몽골군에 의해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몽골군의 주둔지였던 개성, 안동, 제주 등에서 소주를 많이 내렸고, 자연스럽게 개성소주, 안동소주, 제주소주가 유명해지면서 우리나라 3대 소주라 불리게 됐다. 그 중 일본 공략의 전초기지였던 제주는 몽골인이 많이 유입되면서 고소리술을 빚기 시작했다.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제주샘주 양조장에서는 29도와 40도의 고소리술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은 오랜 세월 제주 서민들이 즐겨 마셨던 전통주의 맥을 이어가면서 현대인들의 기호에 맞는 전통명주로 계승, 발전시키고자 지난 2005년 문을 열었다. 고소리술은 알코올 도수가 40도에 이르지만 마시는 순간 달콤한 향이 시원하고 부드럽게 퍼진다. 주정이나 당을 따로 추가하지 않았지만 단맛이 자연스럽게 올라온다. 누룩 외에는 첨가물이 없어 도수가 높아도 목넘김이 좋다. 높은 알코올 도수가 부답스럽다면 탄산수, 얼음, 꿀을 활용해 칵테일 방식으로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