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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하루살이 인생
[기자수첩]하루살이 인생
  • 김연균 기자
  • 승인 2019.08.21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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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화와 서비스를 공유하거나 연결하는 디지털플랫폼 확산과 함께 관련 업종 근로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에서는 재화와 서비스뿐만 아니라 ‘노동’ 역시 공유하는 ‘긱 워커’가 새로운 일자리 트랜드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긱 이코노미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명암이 뚜렷하다.

특정 기술과 능력에 대한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근로시간의 유연성 확대로 비경제활동 인구의 노동시장 재진입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반면 ‘기존 근로자 죽이기’, ‘비정규직 양산’을 이유로 강하게 비판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즉 긱 이코노미가 고용 창출 효과를 내기보다는 필요할 때만 사람을 쓰는 것으로 고용 문화를 바꾸면서 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로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때그때 한시적인 프로젝트를 위해 전문 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지만, 결국엔 해고가 자유로워지는 셈이다. 기업은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인력에 대한 고용을 이어갈 필요가 없다.

게다가 정규직에 제공해야 하는 보험 등 복리후생을 따질 필요가 사라진다. 이들은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긱 이코노미 시대에 근로자가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릴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긱 이코노미가 거역할 수 없는 트랜드라면 우리는 이 트랜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8년 발간한 ‘인간기술융합 트랜스휴먼 시대에 따른 미래 직업세계 연구’ 보고서에는 일자리 시장의 변화와 관련된 흥미로운 전망들이 제시돼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상위 10위 미래 이슈 중에서 발생 가능성 기준으로 1위에 오른 것이 ‘플랫폼 근로 증가와 특수고용종사자의 확산’이었다. 모바일앱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퀵서비스, 음식배달, 대리운전 등을 하는 ‘플랫폼 경제 종사자’는 최대 5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정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플랫폼은 현행법상 고용주가 아니기 때문에 긱 워커들의 4대 보험 등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업무상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긱 워커 부담이다.

최근 쿠팡플렉스를 체험한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건당 배송비용은 매일 달라지며, 택배 하나를 배달할 경우 1000원 안팎이라고 푸념했다. 일한 금액에서 소득세, 지방세 등 세금을 떼고 유류비, 차량 유지비 등도 모두 근로자 부담이다. 임시직이기에 4대 보험 혜택도 없으며 자차 배송시 차량사고에 대해서도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탄식했다.

긱 워커는 형식상으로는 자영업자로 플랫폼에 등록돼 아주 짧은 업무를 수행하지만 실제론 근로자이기도 하다.

플랫폼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정책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우선 플랫폼 근로 실태조사를 통해 보편적 인권 차원의 정책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최소한 기존 사회안전망의 그늘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찾아 ‘하루살이 인생’이 되지않도록 하는 것이 ‘긱 이코노미’의 연착륙에 일조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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