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철도사업 등 주목
도시재생관련 공사발주 기대
주택공급 여건 악화 등 악재
민간투자 감소세 지속 전망
SOC 조기착공·공공발주 확대
기업역량 강화 등 큰 숙제로
내년 건설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면서 전문 시설공사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경기가 대규모 건축·토목공사는 물론 정보통신·전기공사 등 전문 시설공사분야의 공사발주와도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까닭에, 건설경기의 부진은 관련업계의 침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내년 시장변동 및 경제상황에 따라 공사물량이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겠으나, 건설경기 부진에 대비해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SOC 예산안은 12.9% 증가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5일 열린 ‘2020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국내 건설수주와 투자가 모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공부문에서 SOC예산 증액 등 긍정적 요소가 감지되지만, 민간부문의 건설수주 및 투자의 감소세가 건설경기 전반의 부진을 낳을 것이란 분석이다.
건산연 분석에 따르면 내년 정부 SOC 예산안은 전년대비 12.9%(2조5000억원) 증가한 22조3000억원이다. 증가율 측면에서 매우 양호하지만 금액은 지난 2년 동안의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는 수준이다.
SOC예산 중 주목할 만한 것은 도로·철도분야의 신규사업이다. 국토교통부는 관련사업에 343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철도분야의 경우 포항~동해 간 전철화사업에 200억원, 김천~거제 간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에 150억원 등 11개 신규사업에 총 884억원의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국가 균형프로젝트 관련 SOC예산과 생활SOC 예산이 크게 늘어난 것에도 관심이 쏠린다.
내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예산은 약 5000억원인데, SOC 분야에 2518억원이 편성됐다. 올해 예산 182억원보다 무려 2336억원 늘어난 것이다.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는 동해선 단선 전철화사업 등 철도사업과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사업 등이 포함됐다.
■생활SOC·도시재생 사업 주목
생활SOC예산이 올해보다 29.8%(2조4000억) 늘어난 10조4000억원 수준으로 편성된 것에도 시선이 쏠린다.
정부는 넉넉한 예산을 바탕으로 △도로·철도 안전인프라 구축 △노후 생활SOC 개·보수 △깨끗한 생활환경 조성 △취약지역 기반 강화 △문화·체육시설 설치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본격화된 도시재생사업 관련공사 발주는 내년에도 관련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도시재생뉴딜 공약에 발맞춰 2017년부터 도시재생 선도지역을 지속적으로 늘렸다. 지난해 99곳을 선도지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올해는 상반기 22곳, 하반기 76곳을 선도지역으로지정했다. 해당지역에 상반기 1조4000억원, 하반기 5조9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올해부터 공사 발주가 본격화됨에 따라 내년에도 관련사업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해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된 곳을 중심으로 공사발주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건산연은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올해부터 2023년까지 SOC예산이 연평균 4.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생활SOC 및 도시재생사업 등과 연동해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건설관련 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공급 여건 악화…민간투자 위축
그렇지만 신규 주택공급 여건이 악화되고 지방의 주택공급 과잉이 심각한 수준을 보이는 등 내년 민간부문의 건설시장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건산연은 내년 수도권과 지방의 민간 주택수주가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 건설수주의 감소 폭이 상당히 클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민간주택 관련 건설투자 역시 내년에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공기관 및 여타 민간경제 전문기관도 건설투자 위축에 관해 엇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 건설투자가 올해보다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영향으로 주택 착공물량이 줄고, 미분양주택 증가에 따라 주택투자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건설투자가 올해보다 2.7%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LG경제연구원은 주택에 대한 수주와 착공 및 인허가 모두 감소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비수도권 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증가가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아울러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출규제 정책이 지속되고, 경기 부진에 따른 가구소득이 둔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택수요가 확대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주택공급 확대 여력이 낮은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주택구매 심리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간분양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건설투자가 올해보다 1.9%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SOC 예산 증액 등 대책 시급
내년 건설투자 위축에 대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이에 대해 어떤 정부도, 관련분야 전문가도 명확한 처방을 내놓기 힘든 게 현실이다. 건설투자 위축의 근본원인이 경제전반의 저성장 구조와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있기 때문이다.
생산·소비·투자지표가 동반하락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단순히 건설투자 증대와 관련산업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다수 전문가의 견해가 일치한다. 냉엄하고 뼈아픈 진단이다.
건산연은 “내년 건설투자 감소는 경제성장률을 0.36%p 떨어뜨리고, 7만2000만명의 취업자를 줄어들게 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SOC 예산 증액과 같은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건설투자 위축을 완화하기 위해 SOC사업 조기착공과 공공주택 발주를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SOC사업 확대 등과 같은 공공부문의 대책이 건설경기 부진 탈출을 위한 만병통치약이 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시장동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특화기술 개발 등을 통해 역량을 배양한 업체만이 치열한 수주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원론적 결론과 마주하게 된다. 지극히 단순하기만한 결론은 1만260여 정보통신공사업체에도 똑같이 적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