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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설비 설치를 용역으로 분류…조달청 고시 논란
정보통신설비 설치를 용역으로 분류…조달청 고시 논란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9.11.15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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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공사업법과 배치
공사를 물품·용역으로 발주
적정원가 산정 어려움 가중
부실시공 등 부작용 우려

임종성 의원, 국회서 문제 제기
조달청·과기부, 제도개선 추진
공사협회 “잘못된 관행 시정”

조달청이 정보통신용역을 일반용역으로 분류하고, 정보통신장비의 설치를 정보통신용역에 포함할 수 있도록 관련고시를 운영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위법인 정보통신공사업법에서는 정보통신설비의 설치를 용역이 아닌 정보통신공사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데, 조달청 고시가 이에 어긋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조달청 고시를 근거로 정보통신설비의 설치에 관한 사업을 ‘공사’가 아닌 ‘물품’ 또는 ‘용역’으로 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적정 공사원가가 산정되지 않고,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를 낳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공사업법상 ‘용역’과 상충

조달청 고시인 ‘조달청 일반용역 적격심사 세부기준’에 따르면 일반용역은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에 따른 정보통신용역 등을 총칭한다.

여기서 ‘정보통신용역’이란 정보의 수집·가공·저장·검색·송신·수신 및 그 활동과 이에 관련되는 기기·기술·역무 기타 정보화를 촉진하기 위한 일련의 수단을 도급받아 대행하는 영업을 말한다.

나아가 정보통신용역은 관련 정보통신장비 및 소프트웨어(SW)의 유지보수용역과 SW사업으로 나누어진다. SW사업은 SW개발 및 시스템 운용환경 설계, 데이터베이스 구축, 자료입력 및 정보전략계획 수립을 의미하며 정보통신장비 및 SW의 설치업무를 포함할 수 있다.

또한 전자·통신·정보처리분야(자료처리업무 포함)의 전문 기술인력이 필요한 용역 및 이에 준하는 용역을 말한다.

이처럼 조달청 고시는 SW 관련사업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장비의 설치를 일반용역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포괄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정보통신설비의 설치 및 유지·보수에 관한 공사와 이에 따른 부대공사를 정보통신공사로 규정한 정보통신공사업법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조달청 고시에 따라 조달청은 물론 다수의 공공기관에서는 정보통신설비의 설치 또는 유지보수에 관한 사업을 ‘공사’가 아닌 ‘물품’ 또는 ‘용역’으로 발주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종합전자조달 나라장터(G2B)의 발주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정보통신공사업자로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한 총 1만377건의 사업 중 ‘공사’로 발주된 것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947건(47.7%)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078건(29.7%)은 ‘물품’으로, 2352건(22.6%)은‘용역’으로 발주됐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달청 고시에서 정보통신용역을 모든 종류의 용역으로 총칭한 것은 정보통신공사업법상 용역의 개념과 상충되고 있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따르면 ‘용역’은 다른 사람의 위탁을 받아 공사에 관한 조사, 설계, 감리, 사업관리 및 유지관리 등의 역무를 하는 것을 말한다.

임종성 의원이 7일 열린 12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조달청 고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쳐]
임종성 의원이 7일 열린 12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조달청 고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불합리한 단가하락 문제 확인

관련업계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그릇된 조달청 고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임종성 의원은 최근 경제부처에 대한 질의에서 정보통신공사업법에서 정한 정보통신공사를 조달청이 임의대로 일반용역으로 분류하고 있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의원은 지난 7일 열린 12차 예결위에서 정무경 조달청장과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조달청 고시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정무경 조달청장은 “조달청이 국가계약법상 정보통신산업이 용역 협상 계약으로 규정돼 있는 것을 확대해석해 (관련고시를) 적용해 왔던 것 같다”며 “과기정통부와의 협의를 거쳐 제도개선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정보통신공사가 용역으로 발주돼 불합리한 단가하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조달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임종성 의원은 충북교육청이 관내 학내망 개선 시범사업을 용역으로 발주해 도의회로부터 상위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의 내용도 언급했다.

더불어 임 의원은 “조달청이 상위법인 정보통신공사업법의 취지와 조문을 무시하고 임의대로 관련기준을 고시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지자체나 교육청은 상위법을 검토해 보지도 않고 조달청 고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에 더해 “감사원에서도 내년 감사계획을 수립할 때 조달청이 상위법령을 위반해 정보통신공사를 임의대로 용역으로 분류한 문제를 살펴봐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최재형 감사원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고 해당분야의 문제점에 대해 감사계획 수립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행정편의·예산절감 위해 개선 도외시

정보통신공사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의 경우 정보통신설비의 설치(공사)를 계약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공사’가 아닌 ‘물품’으로 발주하는 게 관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재료비 및 노무비의 비중을 고려해 재료비의 비중이 높을 경우 시설공사라 하더라도 ‘물품제조·구매’로 사업을 발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발주방식은 적정공사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부실시공에 관한 우려를 낳을 뿐만 아니라, 하자보수 관련분쟁 및 사후관리에 있어서도 논란을 야기할 개연성을 안고 있다.

공사실적을 인정받지 못해 정보통신공사업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공공기관에서 실제 시설공사임에도 물품구매로 사업을 발주할 경우, 공사업 면허를 소지한 제조업자나 일반 공사업자는 계약명칭이 시설공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사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까닭이다.

이에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는 정보통신설비의 설치를 ‘공사’가 아닌 ‘물품’으로 발주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관계기관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합리적인 개선을 촉구해 왔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2년 ‘물품구매 계약의 합리성 제고 방안’을 마련, 관계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에 제도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는 공공기관의 물품구매와 관련한 불합리한 계약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불합리한 발주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조달청은 사실상 행정편의 및 예산절감 등의 이유를 들어 개선요청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덧붙여 “합리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정보통신공사의 올바른 발주체계를 정립하고 적정공사비를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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