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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로 열리는 새로운 세상...'히어러블' 전성시대
오디오로 열리는 새로운 세상...'히어러블' 전성시대
  • 최아름 기자
  • 승인 2020.05.18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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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정보로만 상호작용
웨어러블 시장 새로운 대세

필요한 소리만 선택 청취
3차원 AR 서비스도 가능

심장박동·뇌신호 모니터링
헬스케어 가능성 '무한대'

애플의 '에어팟'을 분수령으로 시작된 '히어러블 열풍'이 2020년 절정을 맞을 전망이다. 이어폰 잭이 없는 무선 이어폰은 '히어러블'이라는 이름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중이다. 작은 사이즈와 간편성, 고도화되고 있는 선택적 청취.오디오 증강현실 기술 등은 히어러블을 통해 펼쳐질 미래를 기대케 한다.

구글의 픽셀버즈2(왼쪽 사진)[사진=구글]

히어러블이란

히어러블(hearable)은 2014년 유명한 영국의 웨어러블 디자이너인 닉 훈(Nick Hunn)이 처음 사용한 단어로, 청각(hear)에 집중된 착용기기(wearable)를 의미하는 합성어다.

이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애플이 '에어팟'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 제품은 음성인식과 음성인식 서비스인 시리와의 연동, 음악 재생과 전화 통화 등 각종 편의 기능을 지원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그러나 사실 에어팟이 선이 없는 스테레오 이어폰, 즉 완전무선스테레오(TWS)의 최초 모델은 아니다.

그 시초는 2008년 젠하이저가 발표한 'MX W1' 이후 여러 기업들에 의해 개발돼 왔으나 소비자의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현재는 글로벌 테크들은 물론, 각국의 스타트업 등 수많은 업체가 애플의 아성을 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히어러블 시장에서 애플은 5870만대를 출하해 54.4%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는 910만대(8.5%)를 출하한 샤오미, 740만대(6.9%)의 삼성전자가 이었다.

 

출하량 전년 대비 250% '증가'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은 3억3650만대로 전년(1억7700만대) 대비 89.0% 성장했다.

제품 종류별 출하량은 △히어러블 기기 1억7050만대 △스마트밴드 6940만대 △스마트워치 9240만대 △기타 420만대다.

히어러블 기기의 출하량은 전체 웨어러블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전년에 비해 약 2.5배 늘어났다. 스마트워치가 이끌다 성장세가 주춤해진 웨어러블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한 것이다.

IDC의 웨어러블 팀 연구 책임자인 라몬 라마스는 "여러 판매업체가 스마트폰의 이어폰 잭을 제거하고 무선 헤드폰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설정하면서 히어러블이 웨어러블 시장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가 됐다"라고 언급했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는 2023년 구글 검색의 50% 이상이 키보드 입력이 아닌 음성으로 입력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선택적 청취 가능성이 '경쟁력'

히어러블이 주목받고 있는 데는 가벼워서 인체에 부담이 없으며, 손과 시각을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한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는 점 등의 요인이 있다.

이동 시나 운전 등 손을 사용하기 어렵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 손을 사용한 조작이 어려운 환자나 시각장애인의 경우 손쉽게 인터넷이나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히어러블의 더 큰 경쟁력은 소음 등의 특정 소리는 차단시키고 듣고자 하는 소리는 증폭시키는 선택적 청취 기술에 있다.

듣기 싫은 소음의 차단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술로 가능해지는데, ANC는 이어폰에 내장된 마이크로 외부 소음을 측정해 이와 반대의 파장을 내보내서 소음을 상쇄시키는 기술이다.

지하철, 자동차 등의 엔진 소리 같이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소음의 경우 반대 파장을 통한 상쇄가 쉽기 때문에 ANC의 효과가 크지만,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소음은 상쇄시키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도 곧 넘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소니가 지난해 국내에 출시한 WF-1000XM3은 노이즈 캔슬링 전용 프로세서를 통해 반복적인 소음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그릇이 깨지는 등의 돌발적인 소음까지도 잡아내는 성능을 탑재했다. 보스의 경우 외부 소음의 높낮이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으로 넣었다.

중요한 외부 소리는 들어야 하는 요구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이어폰 내 소리와 함께 외부음을 들려주는 리슨 스루(listen through) 기능이 개발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 꼭 필요한 소리를 기기가 판단해 들려주거나 증폭시켜주는 것이다.

브라기의 대시 프로의 경우 대화 소리와 비행기 소리, 사이렌이나 자동차 경적 소리를 학습시켜 해당 소리가 났을 때 볼륨을 줄이는 기술을 선보였다.

소니의 센스 엔진은 소음의 엔진 소리 같은 소음은 줄이고 말소리나 안내 방송 등은 들을 수 있도록 선택적으로 소리를 차단해준다. 새소리나 파도 소리 등을 음악과 함께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장착됐다.

보스가 내놓은 수면 이어폰인 노이즈마스킹 슬립버드(SleepBuds)도 있다.

코고는 소리나 차 소리 등 수면을 방해하는 소음 주파수에 매치해 소음을 막도록 설계한 수딩사운드를 재생해 사용자가 조용히 수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수딩 사운드는 자연에서 들을 수 있는 친숙한 소리인 파도 소리, 낙엽 소리 등이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선택적 청취 기술이 향후 히어러블 시장의 당락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보스의 노이즈마스킹 슬립버드.
보스의 노이즈마스킹 슬립버드.

인공지능 비서와도 '찰떡궁합'

히어러블은 인공지능(AI) 비서를 실행하는 데도 최적의 조건을 가졌다.

AI 비서의 경우 인간 언어를 통해 사용자와 소통하기 때문에 히어러블이 가지고 있는 마이크와 스피커만 있으면 완벽히 구현된다.

여기에 히어러블은 음성명령을 수행하는 입과 정보를 전달해주는 귀와 매우 가깝게 위치한다. 말소리를 인식하는 데 있어 거리나 소리 크기의 제약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시중에 출시된 대부분의 히어러블 기기는 이미 AI비서와의 연동 기능을 갖추고 서비스 중이다.

소니의 엑스페리아 이어 듀오는 여기에 주요 뉴스와 날씨, 일정 등을 브리핑해주는 기능까지 갖춰 눈길을 끈다.

문자나 메일 도착 등 주요 알림들을 읽어주는 기능도 갖췄으며, 고개를 상하 좌우로 움직이는 동작을 통해 전화를 수신하거나 거부할 수도 있다.

자동차 운전에도 히어러블은 적용될 수 있다. 히어러블을 통해 눈깜빡임에 따른 귀 근육 움직임을 감지해 일정 범위 이상으로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으면 졸음운전으로 판단해 바로 경고해줄 수 있다. 이는 운전석이나 계기판에 졸음운전 감지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

 

히어러블로 정확한 생체정보 취득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히어러블은 가능성이 무한한 디바이스다.

손목에 착용해서 심박수나 걸음수를 측정하는 밴드형 웨어러블의 경우, 손목이 외부 온도나 움직임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부위이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귀는 상대적으로 외부와 차단돼 있어 변화에 둔감하고 뇌와 가깝기 때문에 히어러블을 통해 신체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정확하게 취득할 수 있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인 파피 크럼은 히어러블 컴퓨팅 장치가 우리의 기분이나 정서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귀를 통해 뇌의 전기신호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AI비서 등 컴퓨터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기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애플은 요가나 헬스 등의 운동 동작을 교정해주는 보다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스타트업인 에코(Eko)는 ANC 기능을 탑재한 청진기를 내놨다.

ANC 기술을 통해 심장 소리를 보다 정확하게 들을 수 있으며, 이를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무선으로 스트리밍할 수 있다.

진단은 환자 기록에 통합되며, 스마트폰에서 심장소리를 시각화시켜 의사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에코에 따르면 AI를 통해 87%의 민감도(sensitivity)와 87%의 특이성(specificity)을 구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에코의 청진기.
에코의 청진기.

오디오 증강현실 몰입감 선사

시각 중심 서비스로만 여겨졌던 증강현실(AR) 분야도 히어러블과 접목돼 시장을 확장시킬 전망이다.

AR은 실제 환경에 가상의 객체를 입혀 현실을 '증강시키는' 기술이다.

시각 중심 AR의 구현을 위해서는 시각화를 위한 디스플레이와 구현을 위한 디바이스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안경형 컴퓨터는 아무래도 24시간 착용하거나 휴대하기에는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안경의 조작을 위해서 안경에 별도의 버튼을 장착하거나 리모컨을 사용해야 하는데, 조작이 직관적이지 못해 어렵고 리모컨은 별도로 휴대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히어러블이 구현하는 오디오 AR은 이러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한다.

오디오 AR은 현실과 디지털 정보를 결합해 음성으로만 상호작용하는 서비스다. 음성으로 조작하기 때문에 별도의 조작이 필요 없고, 히어러블의 경우 휴대가 간편하다.

보스는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오디오 기반의 AR 디바이스인 '보스 프레임'을 선보인 바 있다.

보스 프레임은 선글라스의 형태를 가졌지만, 그래픽 등의 시각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음성 정보만을 제공한다.

보스는 프레임과 함께 몇 가지 앱을 공개하며 오디오 AR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아이라(Aira)'와 '골프샷'이 그것이다.

아이라의 경우 시각장애인이 프레임을 착용하고 원격상담원과 연결되면, 상담원은 프레임의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 스트리밍되는 영상 및 음성 정보를 받는다.

이 정보를 토대로 고객의 요청에 따라 상담원은 길거리 표지판을 대신 읽어주거나 약의 용법을 대신 읽어줄 수 있다.

구글맵을 통해 고객 위치를 모니터링해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골프샷'이라는 앱은 골퍼들에게 다음 홀까지 남은 거리 등의 정보를 음성으로 제공한다. 12개의 언어로 제공되며, 게임에 유용한 여러 조언들을 제공하기도 한다.

보스의 프레임.
보스의 프레임.

히어러블은 후방 등의 사각지대의 경우에도 청각을 통해 AR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위해 객체의 움직임이나 거리감을 음향으로 구현할 수 있는 3차원 음향기술을 통한 증강현실 구현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후방 객체 인식 정도의 기술 수준이지만, 향후 보다 정교하게 기술이 발전되면 청각 경험만으로도 충분한 몰입 경험을 할 수 있는 디바이스와 서비스들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 고기술로 시장지배 '도전'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 잠식을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3월 갤럭시 버즈를 출시했다.

컨슈머리포트 평가 결과 음질 평가에서 '엑설런트(Excellent)' 등급을 받으며 무선 이어폰 중 1위에 오르는 등 뛰어난 음질로 주목을 끌고 있다.

LG전자는 2010년 출시한 넷밴드형 블루투스 이어폰 톤플러스의 후속작인 톤플러스 프리를 지난해 출시했다.

명품 오디오 제조사 메리디안 오디오(Meridian Audio)의 신호처리 기술과 고도화된 튜닝 기술(EQ)을 적용했다.

네이버가 선보인 '마스'의 경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에서 헤드폰 분야 최고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네이버의 AI 비서인 '클로바'와 연동해 10개 언어의 동시통역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어폰 한 쌍을 하나씩 나눠서 착용하면 실시간으로 통역을 받으며 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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