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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러려고 대학 온 게 아닌데
[기자수첩] 이러려고 대학 온 게 아닌데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0.06.25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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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되는 코로나19 사태에 결국 학교의 한 학기에 달하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힘든 수험생활을 마치고 캠퍼스의 낭만을 꿈꾸며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방구석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으려고 대학 온 게 아닌데 싶을 것이다.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부르짖음이 십분 이해가 간다. 한 취업정보 사이트가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생들에게 등록금 환불이 이뤄져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91.6%에 달한다.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오프라인 수업을 대체하고 있는 온라인 강의의 질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33.2%로 ‘만족한다(25.1%)’는 답변을 크게 웃돈 것이다. 등록금 환불 주장의 이유가 온라인 강의의 품질이 기대 이하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학 측도 곤란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학까지 거의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정부의 온라인 수업 방침이 정해졌고, 이를 위해 부랴부랴 마련한 온라인 수업 시스템은 오프라인 수업을 대체하기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온라인 수업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가 시급한 시점이다.

노후화된 네트워크 인프라를 교체해 폭증하는 트래픽을 수용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은 최소한 실시간 양방향 스트리밍이 가능한 수준이 돼야 그나마 학생들의 요구에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다.

강의 콘텐츠를 제작해 시청하도록 하는 방식이라면, 유튜브 등을 통해 높아질 대로 높아진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춰야 할 것이다. 가히 방송 스튜디오에 준하는 콘텐츠 제작 시스템이 각 교수들에게 제공돼야 할 터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한쪽은 투자할 곳이 산더미인데 한쪽은 등록금 환불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또 다음 학기를 맞게 되면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한 학생들은 등록금 환불을 더 강하게 주장할 수밖에 없다. 악순환이다.

애초에 누구도 잘못한 쪽이 없기 때문에 얽힌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난감하다.

이 와중에 정부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어차피 정부가 나설 문제라면 세금을 투입하는 것 외엔 별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다. 학생들의 등록금을 세금으로 보전한다? 국민적 반발을 면치 못 할 것이 뻔하다.

시간은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이대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지금의 고3에게 화살이 돌아간다.

그런데 지금 고3들이 걸어온 발자취가 예사롭지 않다.

현 2002년생인 이들은 초1 때 신종플루, 중1 때 메르스를 겪은 세대다. 초6 무렵엔 세월호 참사로 수학여행도 줄줄이 취소됐다.

잦은 교육과정 개편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고3이 된 올해엔 개학을 5월이나 되서 했다. 그래도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은 여전해 등교와 휴교의 반복은 현재진행형이다.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집중하기 너무나도 힘든 환경이다.

국가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있다. 어차피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코로나를 ‘디폴트’ 값으로 아예 교육 시스템의 새 판을 짜야 될 시기가 도래한 것이 아닌가 싶다.

2002년생들이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이들을 케어할 사회적 보완책은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다. 교육당국은 그 이후 세대들에게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중심을 잡고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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