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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상파UHD, 또하나의 실패작이 될 것인가
[기자수첩] 지상파UHD, 또하나의 실패작이 될 것인가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0.08.03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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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UHD가 바람 앞의 등불이다. 지난 2017년 호기롭게 ‘세계 최초’ 상용화를 선언했던 모습과 정반대의 분위기다.

지난달 MBC경남, KNN 등 지역 방송사들이 정부의 지상파UHD 정책에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성명서를 냈다. 정부가 계획한 지상파UHD 확산 계획이 너무 빠르니 미뤄 달라는 것이 골자다.

이해가 가는 부분과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동시에 생긴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의 대중화로 이제 굳이 시간 맞춰 지상파 방송을 보려는 시청자가 많지 않다. 지상파의 광고매출은 급전직하 할 수밖에 없다. 돈을 못 버니 UHD 인프라를 구축할 재원이 없다. 이해가 간다.

정부는 일단 시작한 지상파UHD를 그들만의 잔치로 만들어선 안 된다. 하루빨리 전국 단위 인프라를 구축해 지방, 농어촌 등지에서도 쨍쨍한 화면의 UHD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해가 간다.

이해가 가는 부분이 곧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는 게 문제다. 이럴 경우 보통 높은 확률로 ‘노답’ 상황이 된다.

우선, 지상파 방송사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나마 콘텐츠 제작에 관한 한 핵심 주체라는 메리트를 갖고 있었기에 숱한 뉴미디어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던 터다.

그런데 그 콘텐츠 제작이라는 경쟁력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와 ‘유튜버’들에 의해 직접적으로 위협받게 되자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는 형국이다.

스스로 뉴미디어가 되지 못한 방송사가 퇴물 취급받는 것은 당연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온 건 2016년이요, 유튜브는 2005년 시작된 서비스라는 것이다. 마치 작금의 상황이 쓰나미처럼 급작스럽게 몰려온 상황이라는 뉘앙스를 어떻게 봐야 할까. 최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방송사는 무엇을 준비했단 말인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는 UHD방송하라고 거의 공짜로 황금주파수를 방송사에게 줬다. 아무 근거 없이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UHDTV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국민의 무료보편적 서비스를 실현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팔린 UHDTV로 지상파UHD를 직접수신해서 보는 가구는 없다. 안테나를 따로 사야한다. 안테나를 샀다해도 그 전파가 우리집까지 잘 도달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 수고로움을 다 감내하고 UHD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1%도 되지 않는다. 통계로도 명백히 드러나는 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의 UHD 편성비율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고집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해결책이 없지는 않다. 유료방송 재송신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UHD 콘텐츠를 IPTV 등 유료방송사가 대가를 지불하고 재송신하는 것이다. 그 재송신 대가를 과연 얼마를 쳐줘야 되느냐가 관건이다.

쉽지 않은 문제지만 지상파UHD의 얽히고설킨 문제를 풀어나갈 첫 단추임은 분명해 보인다. 아무리 제작 여건이 열악해도 보는 사람이 많으면 투자는 어떻게든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지상파 UHD는 실패할 공산이 크다. 관련 주체 모두가 이토록 각각의 입장만 고수하는 분야도 흔치 않다 싶다. 손을 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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