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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불구 ‘데이터 합종연횡’ 가속
[기획]‘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불구 ‘데이터 합종연횡’ 가속
  • 김연균 기자
  • 승인 2020.08.12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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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 기업 예비허가 사전신청
오는 10월 20개 사업자 윤곽

개인정보 ‘금융 데이터’ 한정
정보 공유 범위, 형평성 논란

은행·카드사 시장 선점 분주
통신사·빅테크와 ‘협업’ 선택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희망하는 은행권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희망하는 은행권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난 5일 개정된 신용정보법 시행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사업자 허가 절차가 시작되면서 우리나라도 모든 산업에서 데이터를 수집, 축적하고 유통해 새로운 융합 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 구동형 사회’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금융회사·빅테크(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대형 IT 기업)·핀테크 기업들이 데이터 공유 범위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장 선점을 위한 산업 간 협업 시스템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데이터, 정보 주권 보장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통제하는 것은 물론 이러한 정보를 신용이나 자산관리 등에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마이데이터는 데이터 활용체계를 기관 중심에서 정보주체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즉,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통제·관리, 해당 정보들이 본인의 의사에 맞춰 활용될 수 있도록 개인의 정보 주권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점에서 마이데이터는 ‘포켓금융’으로 불린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금융기관 등에 자신의 신용정보를 마이데이터 업체에 전달하라고 요구하면 업체는 관련 정보를 취합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여기에는 은행 입출금 및 대출 내역, 신용카드 사용 내역, 통신료 납부 내역 등 사실상 개인의 모든 금융정보가 그 대상이 된다.

은행이나 보험사, 카드사 등에 흩어져 있는 금융정보를 고객이 제한 없이 접근 가능해지고,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이 데이터를 융합해 특화된 정보관리나 자산관리, 신용관리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된다.

또 금융기관·통신사 등에 수집돼 있는 개인정보를 정보 주체의 동의 하에 다른 기업, 기관 등으로 이동시키는 지원 역할을 하는 것을 ‘마이데이터 산업’ 또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라 한다.

무엇보다 마이데이터 산업이 본격화되려면 각종 정부 사업과 유통, 통신, 가전, 부품소재에 이르는 전후방 산업에 데이터를 자유롭게 입힐 수 있는 법적·기술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60여개 기업 사업 참여 신청

금융당국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 등 60여개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사전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사전수요조사 때 금융회사 55개사, 핀테크 기업 20개사, 비금융사 41개사 등 116개사가 사업 진출 희망 의사를 밝혔던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이번 예비허가 사전신청에는 내부적으로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결정한 기업들이 참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사전 신청서를 검토해 준비가 잘 된 업체를 20개 정도 추린 뒤 정식 신청서를 내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사업 계획의 타당성, 물적 요건 등 신청자의 준비상황과 금융회사·빅테크·핀테크 기업 간의 균형 등을 고려해 심사 대상을 선정한다. 심사는 1회에 최대 20개 기업에 대해 차수별로 진행하고, 허가에는 최소 3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10월에 첫 번째 마이데이터 허가 사업자가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vs 비금융 역차별 논란

사업 발표 초기부터 금융권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 반감을 가졌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 자체가 검색정보와 부동산, 쇼핑정보를 가진 네이버의 방대한 데이터로 인해 은행이 경쟁하기에는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네이버 마이데이터 사업의 잠재적 파괴력에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또 금융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은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된 회사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다른 사업자에 모두 공개해야 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개방되는 개인정보는 ‘금융 데이터’에 한정된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금융사들은 자신들이 장기간에 걸쳐 축적한 정보를 네이버에 공유해야 한다.

반대로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일부 결제 정보만 내놓으면 된다. 이는 카카오가 카카오페이를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회사인 네이버, 카카오가 가진 검색, 쇼핑 등 알짜정보는 제외하고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가 가진 결제정보만 제공하면 된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한동환 KB국민은행 부행장이 “N사(네이버)의 시총이 46조원”이라며 “운동장을 키운다는 관점에서 46조원 짜리 운동장을 1개 만들지, 1조원 짜리 46개를 만들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토로한 것도 이 점을 우려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위원회는 네이버, 카카오 등의 빅테크와 핀테크, 금융업 공동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디지털금융 협의회’를 운영해 형평성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방침이다.

‘협업’으로 시장 선점 나서

사업 참여 기업 간 형평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마이데이터 사업 선점을 위해 기업들이 선택한 전략은 ‘협업’이다.

신한은행은 CJ올리브네트웍스, LG유플러스와 함께 소비자들의 상권별 소비행태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결합을 추진 중이다. 급여·카드지출·정기예금 등의 금융 정보를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온라인 채널 택배 패턴 정보 및 LG유플러스의 IPTV 시청 정보와 융합하는 내용이다.

NH농협은행은 이동통신사 기지국에서 전달받은 고객 위치정보를 활용한 금융상품을 내놨다. 고객이 위치정보를 인증하면 0.1%포인트에서 2.5%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차등 제공하는 적금 상품이다.

우리은행은 네이버와 협력해 네이버지도에서 우리은행 수도권 영업점 약 400곳의 대기 고객 수를 알려주고 모바일 번호표를 발급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시간대별 대기시간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KB국민카드는 글로벌 클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업 베스핀글로벌과 ‘리브메이트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포인트 기반의 그룹통합플랫폼이었던 ‘리브메이트’를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전면 개편한 이 서비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138개 금융기관의 은행, 카드, 보험, 증권, 정보 금융자산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정보보호 상시평가 도입 예정

일각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활용이 가능한 데이터가 증가함에 따라 무분별하게 사용되거나 개인정보 공유 과정에서 해킹이나 정보유출 등의 피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데이터 전문 업체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 중 개인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해킹이나 정보유출 등이 있을 수 있다”며 “금융권은 한발 앞선 기술적 보안 수단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데이터 해킹이나 유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정보보호 상시평가’ 지원시스템을 구축한다. 내년 2월 상시평가제를 도입해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개인신용정보 활용 및 관리 실태를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하고, 100만명 이상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대해 통합보안관제체계를 구축하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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