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 원가공개, 지나치면 적정공사비 차질…부실공사 우려도
건설공사 원가공개, 지나치면 적정공사비 차질…부실공사 우려도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0.09.01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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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61개 항목 내역 공개
건설공사 투명성 강화 목적
주택가격 안정 효과도 기대

인위적으로 공사비 낮추면
부작용 초래·실적 저하 전망
긍정·부정적 효과 모두 살펴야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앞으로 지어지는 분양아파트의 준공 건설원가를 상세히 공개하기로 하면서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H공사는 원가공개를 통해 건설공사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주택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건설원가 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건설원가 공개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항동 하버라인’ 시범단지로

SH공사가 공개하기로 한 건설원가 항목은 직접공사비와 그 밖의 비용을 합해 모두 61개다.

직접공사비는 도급공사비 47개와 지급자재비 6개, 기타 직접공사비 6개 등 모두 59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공종별 직접 도급계약과 지급자재의 자체 발주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주택건설사업자가 분양아파트에 대해 건설원가를 항목별로 공개하는 것은 매우 낯선 풍경이다.

SH공사의 건설원가 공개대상은 입주자 모집공고를 시행하고, 건설공사 및 지급자재에 대해 발주·계약·관리·감독하는 분양아파트다.

SH공사는 이미 준공된 단지 중 ‘항동 하버라인 4단지’를 공개 시범단지로 선정했다. 이에 지난 7월 29일 해당 아파트의 ‘준공 건설원가 내역서’를 공개했다. 공개내역을 살펴보면 정보통신공사비로 10억6692만8000원이 책정됐다.

이번에 공개된 건설원가 항목 중 도급공사비는 토목공종 9개 항목과 건축공종 19개 항목, 기타설비공사 8개 항목, 정보통신공사 및 전기공사, 소방설비공사. 승강기 공사 등 그 밖의 공종 4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아울러 제경비 등의 간접비를 포함한 그 밖의 공사비 7개 항목도 도급공사비 산정에 포함된다.

지급자재비는 건축·토목·조경·기계·전기·통신 등 6개 공종별로 산정되며, 기타 직접공사비에는 감리비와 설계비 등이 포함된다. 이 외에 건설자금이자와 직접인건비 및 경비 항목은 그 밖의 비용으로 분류된다.

SH공사는 이후 준공되는 고덕강일 공공분양아파트부터 순차적으로 건설원가를 공개할 계획이다.

경기도, 아파트 분양원가도 공개

공공분야에서 건설공사 원가공개의 포문을 연 곳은 경기도다.

경기도는 지난 2018년 9월 1일부터 관내 건설공사의 설계내역서와 계약(변경)내역서, 하도급내역서, 원·하도급대비표에 이르기까지 관련정보를 공사 착수일로부터 7일 이내에 도 홈페이지(www.gg.go.kr)에 공개하고 있다.

구체적인 공개대상은 2015년 이후 계약체결 된 경기도 및 소속기관 소관 계약금액 10억원 이상 건설공사다. 종전에는 발주계획과 입찰공고, 개찰결과, 계약현황, 대가지급 현황만 공개했었다.

이어 경기도는 2018년 9월 7일부터 경기주택도시공사(당시 경기도시공사)와 민간건설업체가 공동으로 분양한 민간참여 분양주택, 이른바 아파트의 분양원가도 공개하고 있다.

민간참여 분양주택은 경기주택도시공사와 민간건설사가 함께 분양한 아파트로, 도시공사가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건설사가 설계와 건설, 분양을 한 후 이익을 공유하는 형태로 사업이 진행된다. 분양원가 정보는 경기주택도시공사 홈페이지(www.gh.or.kr) 건설공사 원가정보 공개방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이 같은 정보공개 방침은 공공건설의 투명성 제고와 비리차단에 대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국토부, 분양가 공시항목 확대

경기도의 건설공사 원가공개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확산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경기도를 신호탄으로 건설원가 공개방침을 밝힌 지자체가 부쩍 늘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3월 21일 공공주택 분양가격 공시항목을 12개에서 62개로 늘리는 내용으로 관련규정을 개정했다.

주택법에 따르면 국가 및 지자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또는 지방공사 등 사업주체가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으로서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주택에 대해 입주자모집 승인을 받았을 때에는 입주자 모집공고에 분양가격을 공시해야 한다.

공시대상에는 국토부령인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서 정하는 세분류(細分類)가 포함된다.

지난해 개정된 ‘공공택지 공급주택 분양가격 공시항목’(별표 2)을 살펴보면 택지비 4개 항목과 공사비 51개 항목, 간접비 6개 항목, 그 밖의 비용 1개 항목이 공개 대상이다.

정보통신공사 및 전기공사 금액도 전체 공사비 항목 중 ‘그 밖의 공종’에 포함돼 공개해야 한다.

한편, SH공사의 경우 국토부령이 개정되기에 앞서 2018년 10월부터 선제적으로 분양가 공사항목을 확대해 공개해 왔다.

SH공사는 서울시민의 알권리 충족과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아파트 건설공사에 실제 투입된 공사비를 기반으로 작성한 ‘준공건설원가 내역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부실공사 유발 등 부작용도 우려

하지만 건설공사 원가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건설공사 원가가 지나치게 상세하게 공개되면 일선 시공업체에서 적정공사비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지고, 부실공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원도급업체와 하도급업체 간 계약내역이 자세히 알려지면, 여타 거래에서 기존에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낮은 금액으로 계약을 종용할 수 있어 중소 하도급업체에게 매우 불리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도 공공 건설공사 원가공개의 의미와 파장’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의 공공 건설공사 원가 공개방침의 이면에는 공사비에 많은 거품이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러한 인식에 대해 많은 국민이 공감한다면 시공사에서 적정공사비 확보대책을 마련하고 실현하는 데 난항을 겪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함께 공공 건설공사 원가공개는 시공사의 실적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잘못된 정보를 공개해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우려에 맞서 건설원가 공개를 통해 저가 하도급이나 이면계약 등의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일부 개선할 수 있다고 보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정보 공개를 통해 시장이 투명해지면 영세한 건설업체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일선 시공현장에서는 건설원가 공개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더욱이 건설업자들이 소비자 눈높이에 맞게 건설원가를 인위적으로 낮출 목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값싼 자재를 쓰는 등의 꼼수를 부릴 경우 부실공사를 부르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홍성호 연구위원은 “공공 건설공사 원가공개 방침에는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이 함께 존재한다”면서도 “공사비 거품 제거는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경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영업기밀 등이 포함된 사기업의 원가를 공개해 공사비의 거품을 걷어내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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