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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승소에도 망사용료 회피 가능성 ‘희박’
페이스북 승소에도 망사용료 회피 가능성 ‘희박’
  • 최아름 기자
  • 승인 2020.09.18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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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했지만 현저하지 않아”
1심과 달리 위법성은 인정

폭증 트래픽 인터넷 시장구도 바꿔
2016년 상호접속고시 개정 불가피

구글 등 국내 트래픽 32.5% 사용
국내 인터넷사업자 비용부담 과도
해외CP 인터넷접속료 부담 '필수'

법원이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항소심에서도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인터넷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망사용료 부과를 핵심으로 하는 ‘넷플릭스법’의 전면 개정을 주장하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방통위, 2심서도 패소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에게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페이스북 승소 판결을 내렸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12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와의 망사용료 협상을 앞두고 사전 통지 없이 이들 통신사의 접속 경로를 미국과 홍콩 등으로 변경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의 접속 지연 등이 발생해 민원이 폭증했고, 이에 방통위는 2018년 3월 망사용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국내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쳤다며 과징금 3억9600만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이에 페이스북은 2018년 5월 방통위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진행된 1심에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자에게 불편을 초래한 것은 맞지만, 위법에 해당하는 '이용 제한'에는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 원고인 페이스북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어 지난 11일 진행된 2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접속경로 변경이 위법에 해당하는 '이용 제한'은 맞지만 '현저한 이익 저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서비스 비용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기 위해 고의적으로 접속 경로를 변경해 네트워크 평균 응답속도를 지체시켜 많은 피해자를 유발시킨 행위는 분명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행법상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가 없는 상태에서 부가통신사들이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를 부과한 전기통신사업법의 시행은 오는 12월 10일이다. 지난 9일 입법예고된 시행령에는 페이스북의 임의 경로 변경 행위를 막기 위해 서비스 안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유가 있는 경우 기간통신사업자 등에 사전 통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 및 사전통지 의무는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현저한 저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원은 페이스북의 위법 행위는 인정되지만 과징금 처분은 50의 위반에 100의 강도로 처분한 것이라며, 해당 처분에 대해 전부 취소한다고 밝혔다.

 

■인터넷업계, “넷플릭스법 전면 개정해야”

해당 판결에 대해 방통위는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2심에서 위법 사유인 ‘이용 제한’이 인정된 것에 대해서는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페이스북은 이번 판결에 환영한다는 의사를 전달하며 “페이스북은 한국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업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넷플릭스법이 전면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드러내고 있다. 12일 인터넷기업협회는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망서비스 안정성은 통신사업자가 져야 함을 법원에서도 인정해준 셈”이라며 “이번 판결이 사업자 역할에 맞는 의무를 부과하도록 넷플릭스법 개정에 영향을 끼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출처=KISDI]
         [출처=인터넷정보학회]

■발단은 상호접속고시?

소송의 발단은 2016년 1월부터 시행된 상호접속고시 개정안이었다. 지난해 1심 승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 부사장은 “상호접속고시가 개정돼 비용이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상호접속고시가 변경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6년 이전까지 국내 대형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인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는 ‘1계위’ 사업자로 분류돼, 동일 계위 사이에서는 상호 무정산 원칙이 적용됐다. 인터넷 시장 초기에는 사업자 간 주고 받는 트래픽양이 비슷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은 대형 콘텐츠사업자(CP) 서비스 유치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2016년 트래픽에 따라 동일 계위 ISP 간 비용을 상호 정산하는 것으로 상호접속고시가 개정되면서 문제가 벌어졌다. 많은 트래픽을 상대 ISP망에 보낸 발신 ISP가 상대 ISP에게 비용을 정산해야 했기 때문. 동영상 서비스 등으로 전에 없이 트래픽이 폭증했기 때문에 1계위 간에도 트래픽 불균형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대형 CP들에게 서비스하는 상대 ISP들의 손해가 막심해져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이에 ISP들은 트래픽에 대해 무상으로 제공하던 기존의 기조를 바꿔, 트래픽양에 따라 CP에게 대가 지급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망사용료 부과 ‘필수’

일각에서는 ISP가 CP에게 망사용료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용자가 이미 인터넷접속료를 ISP에 충분히 지불했다는 것.

그러나 현재 이용자들이 ISP에 지불하는 요금제는 대부분 정액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특히 유선인터넷의 경우 폭증할 트래픽을 감안하지 못한 상태에서 트래픽양이 아닌 속도 기반 정액제로 요금제가 굳어졌다.

정확한 데이터가 발표된 바는 없지만, 이용자로부터 받는 이용요금만으로 매년 폭증하는 트래픽으로 인한 망 증설비용을 보전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여진다.

게다가 망 증설 유인이 되는 트래픽을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극소수의 글로벌 CP들이 집중 사용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CP에 대한 접속료 부과 필요성은 많은 전문가들로부터도 지지를 얻고 있다.

과기정통부 연구반에 따르면, 일일 트래픽 발생 1위 기업은 구글로, 전체 트래픽의 23.5%를 차지한다. 그 뒤를 넷플릭스(5%), 페이스북(4%), 네이버(2%), 카카오(1.3%)가 잇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개 글로벌 기업이 국내 트래픽의 32.5%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글로벌 CP들이 캐시서버 증설과 접속경로 우회 등을 통해 망사용료 의무를 회피하는 동안, 국내CP들은 해외CP들의 몫까지 설비 증설 부담을 과도하게 지게 됐다. 국내 망사용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부과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다. 2016년 기준 국내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 부과된 망사용료는 네이버 734억원, 카카오 300억원,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 약 100억원, 아프리카TV 9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ISP가 국제망에서 1계위 사업자가 아니다 보니 해외 트래픽을 받으며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7월 열린 컨퍼런스에서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글로벌 1계위망을 갖추도록 네트워크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CP, 의무 회피 어려울 것

연이은 페이스북의 승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대형 해외 CP들이 국내 ISP에 망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입법예고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일일 100만명, 트래픽 1% 이상 CP는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해당 CP는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기간통신사업자 등 ISP와 협의해야 하며, 트래픽 경로변경 등 서비스에 중대한 영향 미치는 경우 ISP에게 사전 통지하도록 규정해 페이스북 소송을 통해 드러난 입법 미비점도 보완했다. 해당 법령 개정안은 시행 전이라 진행 중인 소송에 소급 적용되지 못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0월 KT 및 세종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과 망사용료 계약을 체결하고 LG유플러스 측과는 협의 중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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