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키아가 한국 기업이었다면
[기자수첩] 노키아가 한국 기업이었다면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0.09.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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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환 기자

기업의 흥망성쇠를 논할 때 자주 언급되는 곳이 노키아다.

핀란드의 국민기업인 노키아는 2000년대 전세계 휴대폰 점유율 1위를 구가하던 잘 나가던 회사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변화돼 가는 트렌드에 안일하게 대응하다가 거짓말처럼 시장에서 모습을 감추게 된다. 소위, 망했다.

불 구경, 싸움 구경 다음으로 재밌는 것이 남이 망하는 구경이랬을까, 유독 우리나라에서 노키아를 ‘기분 좋게’, 자주 언급하는 이유는 노키아의 자리를 이제 한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워낙 휴대폰이 잘 나갔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 실제 노키아는 망하지 않았다. 사실, 그 정도급의 대기업이 한 가지 사업에 올인 했을 리 만무하며, 여전히 노키아는 세계적인 기업임이 분명하다.

최근 한 시장조사업체가 발표하길 노키아는 전세계 통신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인공지능, 가상화, 클라우드와 같은 미래 성장가치가 짱짱한 분야들이다. 이 분야들 중 명함을 내밀 수 있는 한국 기업이 있을까. 없다.

물론 구조조정, 인수합병 등 노키아 스스로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했을 것이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이, 과연 노키아가 한국 기업이었다면 한번 망했다가 다시 살아나는 일이, 심지어 다시 세계 1위를 하는 일이 가능했을까.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는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다. 사업하다 실패하면 거의 사회적 낙오자로 찍히기 일쑤다.

대기업조차 이러한 생태에 자유롭지 못하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앞선 기업들이 먼저 해놓은 것을 보고 승산이 있다 싶으면 벤치마킹해 따라가는 전략이 주를 이루는 이유다. 상황이 이러하니, 한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 쫓아가는 걸 먼저 해야 되니까.

세계를 주름잡는 구글은 실패한 사업만 열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한 때 페이스북 저리가라였던 SNS ‘구글 플러스’, 통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표방한 ‘구글 웨이브’,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신기원으로 평가받던 ‘구글 글래스’ 등등이 죄다 실패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구글이 망했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실패를 용인하고, 미래의 자양분으로 삼는 기업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에서 노키아, 구글과 같은 기업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근접한 기업이 삼성전자인데, 현재 세계 휴대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갤럭시’ 시리즈 이전에 ‘옴니아’ 폰의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옴니아를 빼곤 삼성이 실패한 게 별로 없다. 왜냐하면, 그럴 만한 새로운 시도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서상, 국민들이 삼성을 망하게 내버려두진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세운다면, 삼성이 더 많이 실패하길 바라는 맘은 헛된 희망사항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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