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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디지털 소외, 남의 문제 아니다
[기자수첩]디지털 소외, 남의 문제 아니다
  • 최아름 기자
  • 승인 2020.10.22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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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름 정보통신신문 기자.
최아름 정보통신신문 기자.

70대 유명 유튜버인 박막례 할머니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식당이 있다. 바로 무인 결제 시스템인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해야 하는 패스트푸드점이다.

70대의 나이에 전세계를 누비며 IT계 최고 거물인 수잔 워치스키 유튜브 CEO와 선다 피차이 구글 CEO의 초청에도 늘 당당했던 그녀이지만, 한낱 키오스크 앞에서 그녀는 동영상으로도 느껴질 만큼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촬영하며 조금씩 옆에서 훈수를 둬준 손녀가 없었다면, 박 할머니는 진즉 주문을 포기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원래 주문하려던 불고기버거와 콜라가 아닌, 엉뚱한 버거와 아이스커피를 받아들고 그녀는 멋쩍어 했다.

그녀에게 ‘화면을 터치하세요’라는 버튼은 잘 보이지 않았고, 화면 상단 우편에 있는 ‘이전으로’ 버튼은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누를 수 있었다. 메뉴를 표시한 글씨들은 너무 작아서 콜라인지 아이스 아메리카노인지 알아볼 수 없었고, ‘불고기버거’를 찾다 클릭이 늦어지면 시간이 초과됐다며 초기화면으로 돌아가버리기도 했다. ‘IC칩이 아래로 향하도록 카드를 넣어달라’는 주문은 외국어보다도 난해했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야, 그거 먹을라면 돋빼기 쓰고, 영어공부 좀 하고, 의자 하나 챙기고, 그리고 카드 있시야 된다”는 말을 남겼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MZ 세대들도 처음 접하는 키오스크 앞에서는 주의를 집중해야 하는데, 매일 쓰는 핸드폰도 익숙치 않은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앞에서 겪는 당혹감이야 오죽할까 싶다.

장애인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대부분의 키오스크는 터치스크린의 위치가 높아서 지체장애인이 휠체어에 앉아서 조작이 어렵고 자리가 비좁아 휠체어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태반이다. 대부분이 점자 및 음성안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며, 메뉴 선택이나 화면 전환, 카드 배출 등 동작에 대해 소리나 진동 등을 통한 피드백도 없어 시청각장애인은 아예 사용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의 지원 실태는 한숨이 나오는 수준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정보화진흥원(NIA)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수행하는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정보접근성 개선 지원사업’에 배정된 2019년, 2020년 정부 예산은 각각 1억58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하는 정보화 사업 전체 예산 2800억3200만원 중 고작 0.056%에 해당하는 액수다. NIA는 예산 부족으로 인해 이미 개발해 놓은 점자 키보드 ·음성 해설 솔루션 및 스마트폰 서비스 등을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정보소외계층을 위한 정보접근성 정책은 웹사이트 접근성을 다루는 데서 끝이 나고, 관련 법제도와 정책은 2000년대 초반에 머물고 있어 키오스크의 접근성 보장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다”고 꼬집는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화 인구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로 2024년에는 인구 20.8%가 고령자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4년 후면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국내 등록 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4.9%인 255만명이며, 이 중 48.5%는 후천적 질환, 49.4%는 후천적 사고에 의해 장애인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취약계층의 정보 소외 문제는 절대 남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 이들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디지털 소외는 당장 내일 나나 내 가족의 문제가 될 것이다. 정부는 이들의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해 당장 키오스크 개선사업 예산부터 대폭 확대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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