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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처럼
[창가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처럼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0.10.26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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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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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DRAM)과 낸드플래시(NAND Flash)는 반도체 메모리 디바이스의 양대 축이다.

둘은 서로 다른 특성과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D램은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데이터 처리속도가 낸드플래시의 1만 배에 이른다. 그렇지만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약점을 안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D램보다 속도가 느리다. 데이터를 넣고 빼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한번 입력한 정보는 전원이 끊겨도 10년 간 저장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결국 둘은 상호보완적으로 양립해야 하는 관계다. 반도체 전문기업이라면 양쪽 모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인수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D램에 비해 낸드플래스 사업역량이 취약했다. 대부분의 매출과 수익을 디램에 의존해 왔다. 지난 2분기 기준으로 전체 사업에서 D램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73%였고 낸드플래시는 24%였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사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낸드플래시 사업의 확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SK하이닉스, 나아가 SK그룹 입장에서는 반도체 사업구조 개편에 관한 결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수의 경영전문가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 전략을 바탕으로 과감한 의사결정을 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 전략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될 만한 사업은 확실히 키우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미련 없이 가지치기 하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은 성공하는 기업이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로 평가된다. 체계적인 경영진단을 통해 우위를 지닌 사업부문을 선별하고, 해당 영역의 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의 가치에 매몰돼 시장의 변화를 외면하는 오류에 빠져서는 안된다.

한 우물을 파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다 보면 경영혁신을 등한시 하게 된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를 애써 외면한 채 아날로그 필름생산에 주력하다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한 미국기업 코닥의 사례는 한 우물 경영의 위험을 잘 보여준다.

더욱이 기술 개발의 속도가 빠르고 시장 변화의 진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승리의 기억에 안주하다보면, 경영혁신과 사업 다각화의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이쯤에서 많은 사람들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것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우선 시 할 것인가, 빠른 변화의 흐름을 좇아 경영혁신을 도모할 것인가?

이에 대해 정답을 찾기는 어렵다. 양자를 모두 고려해 최적의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맥 빠진 답변이 될까.

분명한 것은 두 개의 가치는 상호 보완적으로 양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관계처럼 말이다. 두 개의 가치를 모두 품고서 무한경쟁 시대를 꿋꿋이 헤쳐가야 하는 건 이 시대 경영자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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