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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다시 시작
[창가에서] 다시 시작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1.01.04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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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편집본부장
이민규 편집본부장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주요 경제단체장, 정부부처 기관장, 기업 CEO들이 신년사를 냈다.

세부적인 구성은 다르지만 글의 질감과 결은 엇비슷하다. 새해라는 공통의 재료로 문장의 뼈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국민과 기업, 정부가 삼위일체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산업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잃어버린 10년, 20년을 맞이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인의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투자 확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바이오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주요국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우리도 미래로 나아가는 기회의 창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같이의 가치’를 믿으며 조금만 더 힘을 모아보자고 당부했다. 특히 박 장관은 “플랫폼 경제의 독점과 불평등을 보완할 프로토콜 경제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프로토콜 경제’란 일정한 규칙을 만들어 누구나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경제를 말한다.

신년사의 또 다른 공통분모는 ‘시작’이다. 직접적으로 시작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더라도 새로운 출발을 통해 미래의 꿈과 목표를 이루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작이란 말을 되뇌다 보니 소설가 이응준의 글 한편이 떠올랐다. 제목은 ‘다시 시작’. 산문집 ‘영혼의 무기’에 실린 것이다. 책갈피를 넘겨 다시 읽어 봤다.

“지금 만약 아직도 절망이거나 절망의 근처에서 고통 받는 분들이 있다면, 나는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지금 당장 다시 시작하면, 당신은 이미 구원받은 자가 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영혼이 된다. 아무도 배신하지 않는 자신 안으로 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누구를 원망할 필요도 없고, 누구와 다툴 필요도 없다. 지금 당장 다시 시작하면, 당신은 당신의 몸이 될 수 있다.”

이 작가는 ‘무조건’ 다시 시작하라고 했다. 인생에 정답이란 없는 것이며, 얻은 것도 잃은 것이요, 잃은 것은 원래 없었던 것이라며….

새해 아침이어서 일까. 이 작가의 말이 마음에 더 깊이 와 닿는다. 어찌 보면 어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하루이지만 시작이란 말에서 큰 힘을 얻는다.

새해에도 삶은 고단하고 차가운 현실 속 일상의 백병전은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다. 불안과 우울, 권태는 퇴적층처럼 단단할 것이다.

그러나 고통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그냥 견디는 것이라고 했던가. 숨 가쁜 오르막의 끝에서 만날 가파른 내리막길과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며 앞으로 달려갈 것이다. 고이거나 머무르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음에 깊이 감사할 것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돈의 시대. 그래도 새해엔 낙관의 힘을 믿어보려 한다. 지혜의 결핍과 전망의 부재를 딛고 다시 시작하려 한다. 그렇게 시간의 강을 건너가려 한다. 고요하고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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