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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지키지 못할 약속
[창가에서] 지키지 못할 약속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1.01.17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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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편집본부장.
이민규 편집본부장.

"올해는 기필코 금연에 성공할 것이다. 불어난 체중을 줄여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되찾을 것이다. 한 달에 한 권씩은 꼭 책을 읽겠다." 

굳은 다짐으로 새아침을 맞이하는 건 1월의 익숙한 풍경이다. 스스로와의 약속은 지치기 쉬운 일상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약속에 덧댄 적당한 긴장감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드는 데 훌륭한 자양분이 된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매몰되다 보면 신년의 다짐은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다.

그래도 자신과의 약속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작은 노력만으로도 삶의 퇴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자신과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다 하더라도 크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마음 한구석에 자책의 잔영이 남겠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과의 약속은 사정이 다르다. 고의든 실수든 약속을 어기는 순간 크고 작은 불편이 뒤따른다. 친한 친구지간이라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신뢰가 깨진다. 

개인이거나 기업이거나 업무상 중요한 약속을 어겼다면 거래를 지속하기 힘들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그래서 타인과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하물며 법과 제도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엄격하게 적용되는 규율인 만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하여 새로운 법을 만들 때는 입법의 취지와 목적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살펴야 하고 부작용이 없는지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법 제정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법 시행 후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8일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에 대한 우려를 지우기 힘들다. 법의 보편성과 실효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법안의 주된 내용이 기업과 사업주에 대한 징벌적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문제다. 

포괄적·추상적으로 규정된 유해위험방지 의무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도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또한 사고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진 사람보다 간접적인 관리책임을 가진 사업주에게 더 무거운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법리적 모순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법이 중소기업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도 심각하게 짚어야 할 문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안전의무조항은 1222개에 달한다. 여기에 중대재해법에 포함된 안전규정을 모두 지키는 것은 열악한 중소기업 형편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데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근로자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안전한 일터를 일구고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자는데 누가 반기를 들 것인가. 

그렇지만 아무도 지키지 못할 법으로는 당초의 입법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철저히 분석해 누구나 지킬 수 있고, 지켜야 하는 법으로 보완하는 일이 시급하다. 
산업현장의 안전은 처벌보다 예방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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