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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마트폰 시대도 저물고 있다
[기자수첩] 스마트폰 시대도 저물고 있다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1.01.27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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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소 뜬금없다 싶은 뉴스가 산업계를 흔들어 놓았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다는 소식이다.

비유가 적절한진 모르겠는데, 첫사랑이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멀리서나마 행복을 빌어주고 싶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불가능해진 느낌이랄까, 이 기분은 슬픔인가 홀가분함인가.

고백컨대, 필자는 LG폰빠였다. 역사는 ‘싸이언’ 시절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삼성폰이 아무리 승승장구했어도 휴대폰 바꿀 때가 되면 으레 LG폰으로 바꿨다.

주변으로부터 ‘왜?’라는 물음을 듣기 일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도 못했지만 LG폰 말고는 손이 안 가는 걸 어쩌란 말이냐.

한 때 세계 3위까지 갔던 휴대폰 답게 품질은 나쁘지 않았다. 그 ‘나쁘지 않은’ 정도가 문제였음을 알게 된 건 삼성폰으로 바꿔보고 나서다.

그런데 하필, 바꾼 폰이 배터리 폭발 이슈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갤럭시노트7’이었다. 약 한달정도 써본 ‘노트7’은 그렇게 강제적으로 손을 떠났고 필자를 다시금 LG폰으로 회귀하게 만들었다.

‘그럼 그렇지, 역시 LG!’ 속으로 내심 뿌듯해하며 받아든 것이 ‘V20’ 모델이었다. 사운드 성능을 무척이나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평소 안중에도 없던 사운드였는데, ‘맞아, 사운드 중요하지’라며 합리화했다.

하지만 불과 한달 써본 ‘노트7’의 경험이 ‘V20’을 압도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LG폰이 구리다는 주장을 펴는 자리가 아니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LG가 휴대폰 사업을 접는다는 소식에 주가가 오르는 웃지 못할 소식을 접하자니 전국의 수많은 LG폰 유경험자들의 한 목소리를 내 안에서 들은 것 같아서 마음이 짠하다.

그도 그럴 것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MC사업본부가 2015년 2분기 이후 23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왔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내놓는 분석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시기에 LG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나마 선전했다고 해야 하나. 모토로라, 노키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라성 같은 글로벌 기업도 버티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나온지 10년이 넘은 시점에서 이러한 분석은 너무 단편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스마트폰마저 지금 변화의 시점에 도달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아이폰처럼 패러다임을 바꿀 아이템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지 스마트폰의 성능 자체가 상향평준화된 시점에서 이미 소비자들은 아무리 휴대폰을 접고 펴고 둘둘 말아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뿐, 선뜻 지갑을 열진 않는다. 스마트폰 다음을 목말라 하는 분위기가 서서히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무엇이 될 것인가. 웨어러블 형태가 가장 유력하다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착용하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뚜렷한 게 없다. 그저 지금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다음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바꿔 말하면, 그들도 얼마든지 다음 세대엔 시장 저편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나름 필자의 30대를 함께 한 LG폰들에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며, 책상 서랍 어느 구석탱이에 잠자고 있을 그들을 한 번 꺼내보는 의식이라도 치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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