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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현장에 답이 있다
[창가에서] 현장에 답이 있다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1.02.04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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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논설위원.
이민규 논설위원.

경제관련 단체의 대표나 공공기관장이 새로 취임했을 때 서두르는 일이 있다. 인근의 산업단지를 둘러보거나 기업 대표들과 직접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의례적인 인사치레나 보여주기 식 일과성 행사일 수도 있겠지만, 몸소 일선 기업을 찾아가는 부지런한 발걸음엔 ‘반드시 현장을 알아야한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다.

그러나, 공공 조직의 정점에 있는 기관장이 취임 후 짧은 시간동안 현장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진단하고 이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제시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기관장이 조직 내 하급자의 보고서와 통계자료 등을 통해 현장상황을 간접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엔 관내 유망기업 현황이나 실적 추이 등에 관한 내용이 숫자나 문자로 간결하게 요약돼 있다. 그러나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기업 간 거래관계나 경쟁구도, 갈등구조 등을 보고서에 상세하게 담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보고서에 의존해 업무를 파악하려는 공공기관장은 현장과 괴리된 의사결정을 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책이나 제도는 현장 체감도가 낮아 실효성을 지니기 힘들다. 자연스레 그 성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 입법과정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철저한 조사와 폭넓은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발의된 법안은 강한 추진동력을 지니며 부작용도 거의 없다. 현장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까닭이다.

그렇지만 법안 발의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거나 관련업계의 당면현안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경우 거센 역풍을 만나게 된다. 당초 목표로 했던 입법의 결실을 볼 확률도 낮아진다.

이 같은 일반론에 비춰볼 때,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은 많은 우려를 자아낸다. 개정안의 기본 취지는 정보통신공사 설계·감리시장의 진입규제를 완화하고 공정경쟁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정보통신공사 설계·감리의 전문성을 저해하고 업역 간 갈등과 다툼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보통신업계는 이번 논란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전기 용역업자들이 규제완화와 공정경쟁을 명분으로 정보통신공사 설계·감리시장에 무임승차 하려는 것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모양이다. 문제의 핵심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ICT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하게 수렴하지 않아 논란이 증폭됐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이와 관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내놓은 검토 보고서는 전기설비 설계·감리 종사자가 정보통신설비의 설계·감리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현행 법률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보통신설비와 전기설비는 학문적·기술적으로도 별개의 분야이고 국가기술자격법상 그 자격제도도 별도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일방의 직역 종사자가 별도의 자격 요건 없이 다른 업무 영역을 겸업할 수 있게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치국가에서 법률은 모든 국가작용의 근거가 된다. 나아가, 법률의 제·개정 및 폐지는 국회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권한이다.

쟁점 현안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와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정보통신공사업법이 당초 취지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논의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경구 하나가 떠오른다. “현장에 답이 있다.”

논의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경구 하나가 떠오른다. “현장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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