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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디지털 전환은 언감생심”…비전 제시해야
“중기 디지털 전환은 언감생심”…비전 제시해야
  • 김연균 기자
  • 승인 2021.02.18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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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디지털 성숙도 천차만별
사람 보다 ‘기술 도입’에 치중
착각 속 도입, 실패 확률 높아

실행 가능 비즈니스모델 발굴
역량 제고, 교육·훈련은 필수
한국타이어가 디지털 전환 트렌드를 반영, 비대면 방식의 프로액티브 리더 신입사원 입문 교육을 진행했다. [j사진=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가 디지털 전환 트렌드를 반영, 비대면 방식의 프로액티브 리더 신입사원 입문 교육을 진행했다. [j사진=한국타이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거스를 수 없는 패러다임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ICT를 융합한 지능정보기술이 주도하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이들 기술이 몰고 올 디지털 파괴에 희생되지 않을까, 디지털 전환을 준비할 여력이 있을까 등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들 기업의 우려를 해소할 대안이 필요한 시기다.

 

■언택트 수요 증가, 전환 가속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해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혁신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제한된 분야에 적용되는 단순한 기술 혁신과 달리, 디지털 전환은 기업 경영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며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킨다는 특징이 있다.

초기 디지털 전환 단계에서는 인터넷 도입과 함께 MP3, VOD 서비스와 같은 디지털 상품과 서버, 네트워크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주를 이뤘다.

이어 구축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e-커머스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전자상거래 비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기업들은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디지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변화를 거듭한 디지털 전환 흐름은 IoT, 클라우드 컴퓨팅,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ICT 플랫폼의 등장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언택트(Untact) 기술의 수요 증가와 맞물려 점점 더 가속화하고 있다.

LG전자가 쉽고 빠른 데이터 분석으로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LG 데이터 포털’을 오픈하며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가 쉽고 빠른 데이터 분석으로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LG 데이터 포털’을 오픈하며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LG전자]

■국내 대기업의 디지털 전환

국내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015년부터 스마트 태그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생산 중인 차량에 부착된 스마트 태그를 통해 차량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스마트 태그가 설비와 공구 등에 직접 작업 지시를 내릴 수 있고, 조립·검사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강남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을 열고 직영 온라인몰 ‘유샵(U+Shop)’을 개편하는 등 고객중심의 디지털 전환 과제를 진행해왔다.

특히 LG유플러스는 네트워크 현장에서 수기로 작성하던 업무정보를 디지털로 전환했고,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로 업무효율을 높여 단순·반복 업무에 소요되던 연간 11만 시간 이상을 감축했다

기업은행이 도입한 ‘음성 본인 확인(Voice ID) 서비스’는 국내에서 손꼽을 수 있는 ‘디지털 전환’의 모범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음성 본인 확인은 개인이 갖고 있는 100가지 이상의 목소리 특징을 모은 정보로 고객을 식별해 이를 상담과 금융 거래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일란성 쌍둥이, 형제자매의 음성도 구분할 수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음성 본인 확인은 철저한 검증 과정을 통해 안면 인식이나 지문을 활용한 인증 방식보다 보안성을 강화했다”며 "본인 확인을 위한 비밀번호 입력 등의 절차가 생략돼 통화당 평균 11초 이상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안성 스마트 공장에 각 생산 라인별 투입, 주입, 포장, 적재 설비의 상태와 생산량, 진도율 등의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전송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실시간 제조 이력 추적이 가능한 제조실행관리 시스템도 만들었다. 수요 예측과 재고 운영, 생산 계획으로 이어지는 업무 프로세스도 자동화돼 다양한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중소기업에겐 요원한 상황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맞이한 현재,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도 불투명한 중소기업에게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슬로건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특히 제조·서비스 분야 기업의 상당수가 디지털 전환에 무관심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공개한 ‘SW융합 실태조사’를 분석해 보면 조사 대상 기업 중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인 곳은 13.9%, 추진 계획 중인 곳은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제조·서비스 분야 17개 업종 3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디지털 전환 관련 기업전략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사차원의 비전과 전략 선포 △단계별 계획 및 예산 계획 수립 △주기적 관리 및 성과평가 연계 △지속적 디지털전환 환경 지원 등을 갖췄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아니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70~80%가 넘었다. 10% 안팎의 기업만이 ‘매우 그렇다’, ‘그렇다’고 응답했다.

실태조사 결과만 보면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태풍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다 해도 실패할 확률은 높기만 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조직변화보다 더 어려운 것이 디지털 전환이다”면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실패 확률이 높다는 것은 잘못된 이해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에 실패하는 기업들은 기술을 활용하게 될 ‘사람’은 간과하고, ‘기술 도입’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디지털 기술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경험과 일하는 방식 개선에 사용될 때 가치를 창출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술 도입만 했을 뿐인데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다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해 데이터 분석 인프라를 구축했는데, 일상 업무에서 데이터 분석이 실행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중소기업연구원이 실시한 국내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 규모가 클수록 디지털 성숙도가 높은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5.21)이 제조업(3.57)이 비해 디지털 성숙도가 높았고,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6.58)이 중견기업(5.72), 중기업(3.76), 소기업(3.49)보다 디지털 성숙도가 높았다.

 

■“기회의 창, 가능성 내포”

디지털 전환은 실패 위험과 물적·인적 자본의 제약이 많은 중소기업에게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반면 기존 공급체계에서 질적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역으로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여지가 풍부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디지털 전환이 중소기업에 기회의 창이 될 가능성이 내포돼 있다는 해석이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여전히 디지털 전환의 여지가 풍부하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기대편익에 대한 비전 제시 등을 통해 체감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존의 개별 기업 차원의 선택이나 투자 재원 지원 수준을 넘어 중소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의 구현 모델과 편익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사전에 유형과 내용들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한편 코로나19 이전 독일에서도 스마트제조의 포괄적 도입비율이 2017년 8%, 2019년 9% 수준으로 수용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 시각이 상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쉬, 지멘스, SAP 등 대기업만이 성공적인 도전이 가능했고, 중소기업들은 우리와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이에 독일은 예상보다 미흡한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지역별, 주제별 역량센터를 설치하고 정보 능력배양, 교육 학습, 참관, 실험 등을 제공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조영삼 연구위원은 “수용성 제고 측면에서 중소기업 상황에 맞는 실행 용이한 모델을 적극 발굴해 제시하고 운용 역량 제고를 위해 교육, 훈련이 수반돼야 한다”며 “명확한 목적성 사업전략에 기반한 수요기업의 투자 유인과 비즈니스 모델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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